색동들의 잔치
색동들의 잔치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9.05.0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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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푸르른 5월, 가정의 달이 시작되는 어린이날은 처음에는 5월 1일이었다. 1927년 날짜를 5월 첫 일요일로 변경했었는데, 1945년 광복 이후에는 5월 5일로 정하게 되었다. 어린이를 어린이라 부르고, 어린이날을 제정한 모임은 소파 방정환 선생님을 포함한 일본 유학생 모임이었던 `색동회'다.

색동, 색동에 대한 색채용어사전의 정의는 이렇다. 색색으로 이어 만든 것. `색을 동 달았다'라는 뜻이며, 동이란 한 칸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오색 빛깔의 헝겊을 층이 지게 차례로 잇대어 만든 저고리나 두루마기의 소맷감을 말한다. 색동은 삼국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사용되어 왔으며, 특히 명절과 같은 경사스러운 날 색동 복식을 착용함으로써 다채로운 상이 이루어 내는 화려함으로 즐거운 기분을 나타낸다.

색동옷은 주로 돌부터 6, 7세의 어린 아이가 입었는데, 색동저고리, 색동마고자, 색동두루마기 등 다양한 색동옷이 있었다. 최근에야 색동을 어른 옷에도 쓰고, 포장지 문양으로도 쓰지만, 색동이 어린아이 옷으로 주로 입혀지면서 자라나는 새싹인 어린이를 이르는 상징이 되기도 하였다.

지난 일요일 교정의 너른 잔디밭에는 움직이는 색동들이 가득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과에서는 어린이가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잔치 마당을 35년째 이어오고 있다. 1학년에 입학한 초등교육과 학생은 4학년 교사가 될 때까지 네 번의 어린이날을 어린이들과 잔치를 하며 보내게 된다. 최근에는 5월 교육실습과 임용고시 부담이 커지면서 4학년은 지켜보는 것으로 역할이 바뀌었지만, 대학 4년간 모든 어린이날은 언제나 어린이와 함께다.

이 잔치는 학생회가 주관이 되어, 심화별로 자신이 공부해온 바를 바탕으로 어린이와 즐길 놀 거리와 공부거리를 찾아 계획하고, 준비물을 구입하고 직접 실행하는 전 과정을 학생 스스로 한다. 그 과정은 아무리 잘 계획해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번에도 물로켓 발사 장치가 잔치 전날 고장 나는 바람에 그 프로그램을 맡았던 학생들은 급히 준비물을 다시 검색하고, 활동을 변경하였고, 서울까지 준비물을 받으러 다녀왔다. 문제 상황이 발생해도 가능한 교수들은 멀찍이서 지켜보고 울타리가 될 뿐, 학생들이 헤쳐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예비교사인 학생 스스로 만들어 가는 잔치, 그 잔치의 이름이 `색동잔치'다.

올 어린이날 색동잔치의 주제는 `아름드리'였다. 둘레가 한 아름이 넘는 모양을 나타내는 아름드리는 함께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라가자는 색동의 생각을 담았다. 함께 자라는 것, 그것이 어쩌면 교육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일 수 있다. 온종일 펼쳐진 잔치 속에서 어린이들은 뛰어놀면서 배우고 자라나고, 예비교사들은 어린이를 통해 교사로서 배우고 자라나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교사 교육자인 교수들이나 부모 역시 성장한다.

사람마다 다른 모습으로 연휴를 즐길 수 있다. 평상시 못 가 본 해외로 나가 견문을 넓힐 수도 있고, 꽃보다 아름다운 5월 국내의 산하는 어디를 가도 어여쁜 때니 국내 여행도 좋다. 중간고사를 마치고 이제 가족, 연인, 친구와 뭘 해도 기분 좋은 때, 5월은 그런 때다. 이런 좋은 절기에 4월 한 달을 색동잔치 준비로 보낸 예비교사들, 꽃다운 5월의 하루를 어린이와 함께 노는 예비교사들, 어린이와 함께 자라가기 위해 기꺼이 연휴를 내어 놓고 배우려는 예비교사들, 지금은 조금 부족해 보일지라도 그들은 분명 `아름드리'큰 스승으로 자라갈 것이다.

5월, 이렇게 눈이 부신 것은 큰 스승으로 자라갈 씨앗들이 교정에 가득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비교사, 그들 역시 이 나라 교육의 색동들이다. 고맙다, 색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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