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의 도 넘은 가족 챙기기
공직사회의 도 넘은 가족 챙기기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9.05.08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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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가정의 달 5월을 무색게 하는 공직사회의 비위·일탈행위가 잇따라 전해져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최근 청주시의 한 팀장급(6급) 공무원이 배우자가 운영하는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사실 확인에 나섰다.

A팀장은 최근 4년간 남편이 운영하는 업체에 광고·인쇄물 등 일감을 몰아준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기간 청주시에서 A팀장의 남편 업체에 집행한 예산은 4억원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무원 행동강령에는 현직 공무원이 4촌 이내의 친인척과 업무 관련 계약을 추진할 경우 시에 신고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A팀장은 이런 규정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팀장의 행위가 위법인지, 아니면 공무원 품위를 훼손했는지에 대한 최종 판단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충북도도 지난달 기간제 근로자였던 자신의 아내에게 급여가 더 지급되도록 서류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공무원 B씨(5급 상당)를 해임 처분했다.

조사 결과 B씨는 2016년 5월 기간제 근로자인 자신의 아내가 쉰 날까지 근무한 것처럼 꾸며 80여만원의 급여가 지급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자신의 아내가 2017년 1~2월 일을 하고 있었는데도 실직 상태였던 것처럼 속여 2개월치 실업급여를 받도록 한 사실도 적발됐다. 도는 근로복지공단에 실업급여를 환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의 비위·일탈행위는 단순한 실수로 덮고 지날 수 없는 공직사회의 초라한 민낯이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청렴 관련 매뉴얼 자체가 문제였든 사후약방문 사례가 또 하나 추가됐든 참담함을 털기 어려워졌다. 매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평가에서 최하위권을 도맡아 차지하고 있는 청주시로서는 그 참담함이 충북도의 그것보다 훨씬 아프고 쓰릴 것이다.

두 명의 비위·일탈행위를 보자면 컬링이라는 낯선 종목을 국내에 보급하고, 2006년 국내 최초 전용 경기장을 의성에 지어 선수들을 발굴한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그의 가족들이 떠오른다. 그들도 초창기엔 모든 역량을 쏟고, 헌신했을 것이다. 컬링 도입 10년을 조금 넘긴 2017년 평창올림픽에서 여자부 은메달을 수확하는 성과를 얻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인간이 흔히 범하는 초심을 잃고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기억하거나 수용하는 오류에 빠졌다.

`팀 킴'이라 불리는 여자부 국가대표선수들의 폭로로 드러난 김 전 부회장과 그 일가의 비위행위는 △인권 침해 △조직 사유화 △공금 횡령 등 우리 체육계 고질적인 문제들을 총망라한 비리백화점 같았다.

A씨와 B씨에게도 변명은 있을 수 있다. 공무원의 가족은 해당 기관과 연관된 일에 종사하거나 취업할 수 없느냐는 항변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별로 문제가 될 사안이 아닌데 공무원과 그 가족이 연관된 사건이라 부풀려졌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대다수 공무원들은 같은 상황에서 사익을 떠나 구설에 오르는 행위 자체를 꺼리고 멀리 한다. 그것이 공직생활의 기본이고, 한 번뿐인 인생에 오점을 남기지 않는 길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내 가족의 삶을 한 개의 범주에 넣어 해석할 때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A씨와 B씨의 잘못도 `배우자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스스로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오류, 거기에 있다.

가족은 그렇게 챙기는 게 아니다. 내 삶의 일부가 아닌 한 객체로서의 건강한 사회생활을 응원하고, 그가 실패하거나 좌절했을 때도 한결같이 곁을 지켜주는 망부석 같은 존재가 가족이다. `따로 또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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