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연휴에 2억명이 관광길
나흘 연휴에 2억명이 관광길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05.06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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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역시 중국은 큰 나라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노동절 연휴 기간을 맞아 집계된 중국 국내 여행객 수가 무려 1억9500만명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총 인구의 4배 가까운 수다.

이 기간 여행객들이 쓴 돈은 무려 1176억7000만위안(한화 20조4000억원)에 달했다. 덕분에 관광지는 물론 여행객이 거쳐 가야 하는 도시 곳곳에 내수가 진작되는 파급 효과를 누렸다. 땅덩이가 넓은 탓에 중국 전역이 여행객의 이동으로 반짝 특수를 누린 것이다.

이 기간 중 여행객 대부분은 문화·관광 및 레저 등을 즐기는 데 일정을 소화했으며 평균 2.25일을 여행지에서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갑자기 밀어닥친 여행객 때문에 열차 객석이 만원을 이루면서 `콩나물시루'가 돼버리는 풍경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표가 있든 없든 서로 먼저 타려고 열차에 뛰어오르는 바람에 정원 초과로 만석이 되자 정작 열차표를 구입하고도 열차를 타지 못해 여행을 포기하는 사람도 속출했다. 급기야 중국 철도국이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중국은 이번 노동절 연휴 기간을 예년보다 사흘이나 늘렸다. 종전에는 5월 1일 하루만 지정해 노동자들을 쉬도록 했는데 이번엔 4일로 늘렸다. 그러자 전국의 주요 관광지와 도시들은 북새통을 이뤘다. 이름값 하는 식당들은 밀려오는 손님들을 추단하지 못해 쩔쩔맸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한 식당을 찾았던 한 손님은 연휴 기간 어느 날 오후 2시 52분께 식당에서 6307호 번호표를 받았는데 그의 앞에 대기 테이블 수는 4612개나 됐다. 이후 그는 10시간 후인 새벽 0시 46분에 “와도 좋다”는 통지를 받았다.

상하이의 명소 와이탄에서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 무장경찰이 일렬로 늘어선 줄을 만들어 인파와 차량을 통제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여행객들 때문에 일반 시민들의 귀갓길도 `고통길'이 됐다. 한 중국인은 집에 가려고 택시를 불렀는데 “당신 앞에 대기자가 2052명이 있으니 앞으로 두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많은 중국인이 불편을 겪기도 했지만, 이번 중국 정부의 `노동절 연휴 늘리기'는 대성공으로 끝났다. `전국이 관광지'인 중국의 특수성 덕분에 국가 전체의 내수 경기 진작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짧은 나흘이었지만 2억명의 중국인이 봄나들이를 다니면서 돈을 쓰는 바람에 곳곳의 도시들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이번 연휴 기간에 중국인 여행객이 쓴 돈은 한화로 20조원. 우리나라 1년 예산의 5%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불과 나흘간의 연휴 특수를 활용해 자국 경기를 끌어올리는 중국 정부와 그 기대에 부응해 `소비'를 주저하지 않은 중국인들.

취약한 내수 기반에다 오로지 수출만이 살길인 우리 경제의 현실을 생각하니 이웃 나라의 이런 소식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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