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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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19.05.0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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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어느 날 우석은 늘 가던 오영감 식당의 문이 닫힌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때마침 궁금했던 차에 우연히 오영감의 며느리 희주를 만났다. 문이 닫힌 영문을 물어보았지만,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모른다고 하였다. 알고 보니 그들이 헤어졌다.

그런데 그 이유가 민준과 희주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닌듯했다. 그들 가족은 반세기를 넘게 오영감이 일군 비교적 큰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가족 모두가 식당에 매달려 종사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오영감의 지시와 간섭을 받으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들의 분위기가 어색한 듯 심상치 않아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오영감과 희주의 목소리가 굉음을 내며 울려 퍼졌다. 그 발단은 한창 바쁜 시간에 희주가 보이지 않자 오영감이 아들 민준에게 희주의 행방을 따져 물었다. 민준은 적당한 구실로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언제부터인가 오영감과 잦은 부딪힘을 희주는 피하고 싶었고 민준도 대충 넘기려고 하였다. 오영감은 늘상 자신의 생각과 방식이 다른 희주의 행동과 태도가 눈에 거슬렸다. 희주 또한 오영감의 구시대적인 낡은 잔소리가 듣기 싫었다.

그것이 세대차이인지 성격인지는 몰라도 두 사람은 자주 어긋났다. 오영감이 민준에게 일하지 않는데 돈이 어디서 거저 생기느냐고 희주를 빗대었다. 그때 마침 희주가 우연히 엿듣게 되었다. 희주가 오영감에게 항변하듯 한마디 대꾸를 했다. 오영감도 기왕 말 나온 김에 희주에게 자극적인 말들로 쏟아 부었다. 갈수록 점점 오영감과 희주는 극과 극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민준은 오영감과 희주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당황스러워 했다. 극으로 치닫는 싸움은 식을 줄 모르고 뜨거웠다. 지켜보던 민준이 희주에게 큰 소리로 나무랐다. 오영감 편을 드는 듯했다. 결국 궁지로 내몰린 듯한 희주가 더는 참지 못하고 이별을 선언했다. 그것은 허투루 던진 말이 아니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가족은 불화에 휩싸였다. 그리고 끝내 식당은 문을 닫고 말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 갑자기 시어머니가 입원했다.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심각할 수도 있다고 했다. 오영감은 제사를 앞두고 고민이 깊었다. 오영감은 제사를 지극정성으로 여기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제사를 넘겨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희주 또한 제사를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남의 일이었다. 드디어 제삿날이 왔다. 그런데 한쪽에 제사상이 차려져 있었다. 오영감은 깜짝 놀라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알고 보니 희주였다. 이미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제삿날 이틀 전 희주는 아들에게 오영감과 민준이 제사 문제로 다퉜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편치 않은 것 같았다. 다음날 오영감이 손주를 데리고 희주에게 다녀갔다. 그리고 얼마 후 식당은 다시 문을 열었다.

신구의 가치관이 가족 세대 간의 갈등을 야기 시켰다. 한 시대의 공간 안에서 노소의 남녀가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만났다. 두 사람은 제 각기 목소리가 달랐다. 누가 옳고 그른 것은 없었다. 다만 서로의 사랑으로 존중과 배려가 있었다면 대화로 조화롭게 풀어나갈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화가 끊긴 곳에서 소통이 있을 수 없고 사소한 일들이 사사건건 대립으로 부딪히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족에게 화목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가졌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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