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보고 청주테크노폴리스 지구
역사의 보고 청주테크노폴리스 지구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5.0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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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
임성재 칼럼니스트

 

청주국립박물관에서는 의미 있는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달 말에 시작해 8월 11일까지 개최되는 `호서의 마한, 미지의 역사를 깨우다'라는 전시회다.

이 전시에는 아주 특별한 유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유물은 `호랑이모양 허리띠 고리'이다. 어미호랑이가 꼬리위에 새끼를 태운 모양인데 우리나라에 단 한 점밖에 없는 유물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돌돌말린 꼬리에 새끼를 태운 모습이 해학적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위엄을 풍기는 모습이다. 또 `왕'자가 새겨진 청동방울도 있다. 이 무덤의 주인이 왕이어서 쓰던 방울을 넣은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무덤의 주인을 위해 왕이 특별히 준 것을 넣은 것일 수도 있다. 이런 방울을 무덤에 같이 껴묻은 이유는 죽은 후에도 왕과 같은 권력을 누리라고 기원한 것이라고 한다. 그 밖에도 `뚜껑 있는 굽 달린 항아리', `청동손잡이 칼', `귀 달린 잔' 등 희귀한 유물들이 고고학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특별전시회에 전시된 유물들은 모두 청주 오송지역과 지금 개발되고 있는 청주테크노폴리스 지구에서 발굴된 것들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청주테크노폴리스 지구에서는 원삼국시대에서 백제시대에 이르는 512기의 집터와 369기의 무덤, 그리고 18기의 제철로가 확인되었다. 고고학자들은 단일 유적에서 이렇게 대규모의 집터와 무덤이 발견된 예는 보기 드문 사례로 귀중한 유적의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청주의 역사의 뿌리를 확인해줄 귀중한 문화유적이었건만 형식적이고 박제화 된 유물전시관만 남긴 채 아파트 숲에 파묻히고 말았다.

놀라운 사실은 청주테크노폴리스 1, 2지구를 개발하면서 이런 역사적 유물과 유적이 발견되었을 때 유적과 유물을 보존하는데 앞장서야할 청주시가 시민과 언론에 알리기는커녕 쉬쉬하며 일사천리로 개발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청주시의 입장은 청주테크노폴리스는 민간업체의 개발행위이기 때문에 청주시가 관여할 수 없고, 문화재청과의 법적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한국고고학회와 한국철문화연구회를 비롯한 많은 학회와 전문가들은 이 유적이 마한의 역사와 청주의 역사적 뿌리를 밝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라고 말한다. 이런 역사를 소중히 보존하고 활용방안을 찾는 것은 자치단체의 책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 핑계만 대면서 유적에 대한 기본적인 계획조차 세우지 않는 것은 자치단체의 명백한 의무 이반이다.

1997년 정부는 `문화유산헌장'을 제정했다. 전문과 5개 조항으로 구성된 헌장 전문에는 `문화유산은 우리 겨레의 삶의 예지와 숨결이 깃들어 있는 소중한 보배이자 인류 문화의 자산이다.

온 국민은 유적과 그 주위 환경이 파괴·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문화유산은 한 번 손상되면 다시는 원상태로 돌이킬 수 없으므로 선조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그대로 우리도 후손에게 온전하게 물려줄 것을 다짐하면서 문화유산 헌장을 제정한다.'고 헌장제정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

그리고 5개항의 조문은 `문화유산은 원래의 모습대로 보존되어야 한다.', `문화유산은 주위 환경과 함께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문화유산은 그 가치를 재화로 따질 수 없는 것이므로 결코 파괴·도굴되거나 불법으로 거래되어서는 안 된다.', `문화유산 보존의 중요성은 가정·학교·사회 교육을 통해 널리 일깨워져야 한다.', `모든 국민은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찬란한 민족문화를 계승·발전시켜야 한다.'고 되어 있다.

도시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추진된 지금까지의 청주테크노폴리스 개발과정에서는 문화유산헌장 중 단 한 조항도 지켜지지 않았다. 눈앞의 이익 때문에 대대로 후손에게 물려줄 문화유적과 역사현장이 더 이상 파헤쳐져서는 안 된다. 청주시도 이제는 `민간기업이니 어쩔 수 없다'라든가 `법적 절차에 문제없다'는 식의 대응만 으로 시민을 설득하려 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설득되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청주시는 시민과 함께 청주테크노폴리스 지구의 문화유적과 유물을 지키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갈 후손에 대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주시민의 의무이고, 청주시의 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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