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산은 말이 없다
구룡산은 말이 없다
  • 전영순 문학평론가
  • 승인 2019.05.0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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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전영순 문학평론가
전영순 문학평론가

 

아홉 마리 용은 보이지 않아도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생명의 산이다. 한 때 두꺼비들의 놀이터였던 구룡산이 민간공원 개발바람으로 술렁이자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왕왕거리며 산으로 올라간다. 봄이면 홑잎과 개암나무가 유난히 반짝이는 구룡산은 산남동, 성화동, 개신동 주민들의 심신을 달래주는 안식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연도 사람과 함께 호흡할 때 풍경이 되고 존재적 가치를 더한다. 구룡산은 제 역할을 다하려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온기로 뿌리를 단단히 내리며 초록그늘을 넓혀간다. `휘리릭, 쑥꾹, 바사삭' 끊어질 듯 이어가는 날짐승, 길짐승들이 주는 공간의 미학은 경계를 허물며 길손과 동행한다.

구룡산 기운 받아 산남동 사람들은 가슴에 싱그러운 꽃 한 송이씩 피우며 산다. 청주검찰청과 법원 앞에 자리한 원흥이 방죽은 마을의 자랑이다. 사시사철 어느 때 찾아가도 심신을 편안하게 한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 바로 산남동이 아닌가 싶다. 좋은 환경이 조성되기까지는 관계 기관과 시민들의 소리가 가미되었기 때문에 오늘날 자연 생태공원으로 이름값을 하고 있다.

그때 희생한 분들 덕분에 이곳을 다녀가는 시민들이 혜택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우리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면 일방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연도 인간과 함께할 때 빛을 발한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 산남동 일부 사람들이 구룡산 개발 문제로 뿔났다. 자연 파괴는 인간이 이 지구 상에 사는 한 불가분의 관계로 우리와 상생한다. 작은 식견이지만 불거지는 이 사퇴에 대해 주민의 한 사람으로 한 마디 던져본다.

지금 3개동 주민들의 안식처인 구룡산이 꼭 개발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설 자리가 없다면 우리는 생존법칙에 의해 자연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의식주 다음에 삶의 질과 정서적 함양을 위해 창조적인 문화적 공간이 필요하니까. 그러나 자본주의 근성으로 욕망의 곳간을 채우고자 움직여진다면 부작용이 따르게 된다. 기관이나 특정단체가 집단적 이익을 위해 투쟁한다면 개발이나 투쟁은 근절되어야 한다. 청주시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는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 말을 들으면 이 말이 옳고, 저 말을 들으면 저 말이 옳지만, 이슈가 되는 쌍방의 갈등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청주시와 민간사업체가 계획하는 것은 구룡산 70%는 살려서 보전하고 30%는 아파트로 조성한다는 것이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후대를 위해서라도 절대로 개발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주위가 온통 이 문제로 술렁이니 나 또한 뛰어들어 핑계 삼아 글로 참견한다. 구룡산은 내가 일주일에 한두 번 다니는 산이다. 이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산을 오르며 생각한다. 만약 이 산이 개발되면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까? 환상적인 도시의 풍경 뒤에 아쉬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왜냐하면, 원흥이방죽이 지금 내게 아주 근사하게 자리하고 있는 만큼 기대심리가 크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난날 시민단체의 뜨거운 목소리의 흔적이 아닐까?

만약 구룡산을 개발하게 된다면 심사숙고하고 충분히 검토해서 시민의 건강과 행복의 지수를 높이는데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굳이 시민의 안식처인 구룡산을 개발해 아파트를 짓는 것이 능사일까 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 번 더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다. 청주시가 진정으로 시민을 위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정책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청주시에서 꼭 구룡산 개발이 필요하다면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수렴해서 잘 해결하기 바란다. 초록 아파트가 층층이 올라가는 구룡산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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