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봄(春)? 문화유산도 봄!
나만 봄(春)? 문화유산도 봄!
  • 박소연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장
  • 승인 2019.04.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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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소연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장
박소연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장

 

5월, 어느덧 봄도 막바지에 들어섰다. 이맘때면 자연스럽게 수학여행이 떠오른다. 예전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이 경주의 문화유산 이곳저곳을 답사하는 모습이 흔한 풍경이었다. 생각해보면 나와 대부분 친구들은 선생님의 문화유산 설명을 뒤로 한 채 친구들과 놀 생각에 들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정작 문화유산에 대한 기억은 별로 남아있는 것이 없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학생들이 직접 수학여행을 기획하고 추진하면서 수학여행도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였다고 한다. 문화유산을 가더라도 단순히 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 듣고, 만지고, 느끼는 오감을 이용한 다채로운 문화유산 체험을 하고 온다. 이런 추세는 비단 수학여행에서 뿐만이 아니다. 창의체험 활동이나 중학교 자유학년제 등이 시행됨에 따라 문화유산 교육도 다양한 경험이 중시되는 추세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맞춰 문화재청에서는 다양한 창의활동과 문화유산을 접목한 교육교재를 개발하였다.

그런데 이 교재에 수록된 수많은 문화유산 중 충청북도의 문화유산은 몇 개나 들어가 있을까? 아쉽게도 `직지심체요절'과 `청주 아득이 고인돌'고작 2건뿐이다. 이 교재뿐만 아니다. 교과과정 속에 나오는 문화유산 역시 대부분 수도권이나 경주 등 타지역에 있는 경우가 많아 우리 지역의 청소년들이 `문화재란 그저 멀리 있는 것으로 여기지는 않을까?'하는 기우마저 든다.

충청북도에는 남한강 줄기 곳곳에 남아있는 선사유적과, 백제·고구려·신라가 돌아가며 패권을 다투었던 흔적인 삼국의 문화유산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또한, 수많은 사찰과 불상·불경·탑 등의 불교문화재, 지역마다 국토방위의 거점이 되었던 산성, 충북 선비들의 흔적이 남겨진 구곡과 유교문화재,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 사용되거나 또는 현재도 사용 중인 건축문화재, 충북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를 비롯한 천연기념물, 충북에서 오랫동안 전승된 무형문화유산 등 소중하고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 너무나도 많다. 특히 천년고찰 법주사는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며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기도 하였다. 그런데 우리 지역의 청소년들은 이 문화재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거창한 것만이 문화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쌓아가는 모든 것이 문화이며, 여기에 시간의 무게가 더해지면 그중에서 또 하나의 문화재가 탄생한다. 청소년들에게 문화유산의 소중함이나 중요성을 교육하기에 앞서, 문화유산은 먼 곳 또는 다른 지역에 가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 곳곳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일단 친근해져야 관심도 두게 되고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청소년들이 지역의 문화유산을 친근하게 접할 기회가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 지역의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문화유산교육 교재가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 지역의 문화유산 교재를 이용한 교육이 진행되면, 학생들은 조금 더 공감하기 쉽고 흥미롭다고 느낄 것이다. 집에 가는 길에, 혹은 시내 어딘가에서, 또는 가족과 함께 떠난 근교 나들이에서 한 번쯤은 본 적이 있는 낯익은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친근한 문화유산교육이 `공부'가 아니라 `즐거운 경험'의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어느 순간 문화유산이 멀거나 어렵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조금 더 욕심을 내 보면 이러한 우리 지역의 문화유산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의 마음속에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작은 울림이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

내 마음에만 봄이 찾아와 아련한 수학여행의 추억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문화유산과 문화유산교육에도 봄이 찾아와 청소년들의 마음에도 우리 지역의 문화유산이 따뜻한 봄날의 햇살과 바람처럼 기억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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