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비난 강도 높이는 北…'쌍중단' 본격 의제화되나
한미훈련 비난 강도 높이는 北…'쌍중단' 본격 의제화되나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9.04.2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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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정연설 "南, 허울만 바꿔쓴 군사연습 강행"
北 선전매체 비난에 관영매체·대남기구까지 "자숙하라"

北 "미, 군사분야 조치 부담" 배려→중·러와 연구·공조

중·러, 北 핵 도발-한미현합훈련 '쌍중단' 일관된 요구

"北 협상 전략 경제→군축 변화 조짐, 협상 어려워져"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비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있었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두드러지는 모양새여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중국, 러시아와 연대를 강화하고 있는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의 중단 요구를 전면에 내세우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측은) 미국과 함께 허울만 바꿔 쓰고 이미 중단하게 된 합동군사연습까지 다시 강행하면서"라고 비난하며 "미국의 오만과 적대시정책을 근원적으로 청산하지 않고서는 북남관계에서의 진전이나 평화번영의 그 어떤 결실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 매체들의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선전매체 중심의 대남 비난 논평에 관영매체뿐만 아니라 대남기구까지 가세하며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북한은 판문점선언 1주년이던 지난 27일 조선중앙통신에 '방어가 아니라 침략전쟁연습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게재하며 "미국과 남조선 군부호전세력은 지난 3월 '키 리졸브' 합동군사연습을 대신하는 '동맹 19-1' 연습을 감행한 것도 모자라 8월에 '을지 프리덤 가디언' 연습을 개칭한 '동맹 19-2' 연습을 벌여놓으려 획책하고 있다"며 "이것은 북남·조미수뇌상봉들에서 이룩된 합의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논평은 이어 "미국과 남조선의 신의 없는 세력들은 우리와의 약속을 내던지고 연습의 '축소'와 '방어적 성격'을 떠들며 그의 범죄적 강행을 정당화해 나서고 있다"며 "미국과 남조선 당국은 무분별한 전쟁연습소동으로 얻을 것은 참담한 후회와 파국적 결과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자숙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25일에는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458일 만에 대변인 담화를 내며 "체질화된 도발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북남관계를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장난질에 매달리고 있다"며 모든 한미연합훈련이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및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은 전략적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3월2일 자정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데 있어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안전 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분야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보고 부분적인 제재 해제를 (영변 핵시설 폐기의) 상응조치로 제시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전략적 차원에서 군사분야 협의를 후순위에 뒀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민생 분야 관련 대북제재 완화를 목표로 했던 이러한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고, 북한은 새로운 비핵화 협상 전략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에 다다랐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비난 강도를 높이는 것이 일종의 명분 쌓기 차원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쌍중단' 카드가 협상 테이블에 본격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쌍중단은 북한의 핵 무력 실험 중단과 한미 양국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모두 중단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와 함께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 방식까지 요구해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4차 방중에서 비핵화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확인했으며, 지난 25일 첫 북러 정상회담에서도 '연구와 공조'를 같이 하겠다고 밝혔다. 쌍중단 카드가 북미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는 정황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이 종전선언 프레임의 문턱을 높이자 북한은 영변 폐기 카드로 제재를 완화시켜보려 했으나 벽만 더 높아졌다"며 "북한이 미국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꺼내지 않았다고 밝혔던 '군사분야'를 전면에 내세운 프레임으로 바꾸려는 조짐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 이행에 상응하는 군사적 조치를 요구하며 한미연합훈련부터 걸고넘어질 경우 협상 프레임이 '군축'으로 전이되는 것"이라며 "그러면 협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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