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생일파티
어떤 생일파티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19.04.2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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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금철 수필가
신금철 수필가

 

어느새 노란 개나리가 자취를 감추었다. 내게 4월의 봄은 노란 개나리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산후 조리로 몇 주를 누워 지내다 답답하여 마당으로 나오니, 울타리에서 노란 개나리가 나를 향해 활짝 웃었다. 나도 개나리처럼 활짝 웃으며 산후의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둘째 아들을 집에서 출산했다. 예정일에 맞춰 미리 짐을 다 싸놓았는데 갑자기 진통이 있어 집에서 출산했기 때문이다. 둘째 아들은 자립심이 강하고 검소하며 개성이 뚜렷하다. 대학 재학 중에 취업하여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하며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잘 살아 있다.

이제 며칠 있으면 둘째 아들의 생일이 돌아온다. 아들은 해마다 생일이 돌아오면 어미에게 식사라도 함께하자고 연락을 한다. 아들 셋이 모두 떨어져 살지만 가족들 생일엔 함께 모여 진심 어린 축하 속에 즐겁게 식사를 하고 헤어진다.

생일은 축복받은 날이다. 많은 이들로부터 축하를 받는 기쁜 날이다. 탄생의 기쁨을 돌아보고, 성장의 기쁨도 함께 나누는 아주 특별한 날이다. 아들 셋을 키우면서 바삐 사느라 친구들을 초대하는 생일파티를 해주지 못했다. 아이들은 당연히 가족이 함께 축하해주는 날로 알고 별 불만 없이 생일을 맞았다. 지금까지도 우리 가족의 생일은 가족이 함께 모여 축하해주고 즐겁고 화목하게 지내는 날로 이어지고 있다.

생일은 부모님에 대해 특별한 감사를 드리는 날이다. 나는 교사 시절에 친구들을 초대하여 근사한 생일파티 생각에 들떠 있는 아이들에게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도록 지도했다. 생일에 절을 하며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아이들의 말을 듣고 감동했다는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흐뭇했다. 자기 생일엔 친구를 초대하여 파티를 해야 하는 줄 알면서 정작 부모의 생일이 언제인지 모르는 아이들에겐 숙제를 내어 부모님의 생일을 외워오도록 하였다.

요즘 필리핀 팔라완의 어떤 생일파티가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일로 팔라완의 연예인 생일파티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줄소환을 당하고 있다. 도대체 6억 원을 들여 치른 생일파티는 얼마나 호화스러웠을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 국내뿐 아니라 국외 거주 축하객도 함께했다니 세기적인 생일 파티이다. 생일파티를 하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가도 조사 중이라니 이쯤 되면 순수함을 벗어나 어떤 목적을 위한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생일파티였다는 의심을 품는 이들이 많다.

호화 생일파티가 사회적인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데 통념상 사회적인 잣대는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생일파티에 집 한 채 값을 썼다면 아르바이트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에게 허탈감과 상실감을 주었을 법한 일이다. 또한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에게 분노를 일으키게 하고, 연예인을 동경하고 꿈을 꾸는 젊은이들에게 실망을 줄 수도 있으리라.

고령화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 회갑 잔치도, 칠순 잔치도 조촐하게 가족과 함께 보내고 있다. 생일엔 나의 존재와 가족에 대하여 감사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날로 보내면 어떨까?

해외 원정까지 가서 물의를 일으키는 호화판 생일파티 기사를 접하면서 진정한 생일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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