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도어락
두 개의 도어락
  •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 승인 2019.04.2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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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편리한 세상이다. 예전에는 열쇠로 문을 여닫다 보니 열쇠를 잃어버리면 낭패를 보기 일쑤였다. 그런데 지금은 번호 키를 많이 사용한다.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바로 열리니 여간 편리한 게 아니다.

우리 집은 단독집이다. 가게와 집이 하나로 통해 있다 보니 외부 손님이 자주 드나든다. 그러다 보니 마음 놓고 쉴 상황이 안 된다. 고민 끝에 가게와 분리된 현관문을 따로 사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얼마 전 공사를 해서 현관문을 따로 달았다.

인터넷에서 도어락을 주문하여 달고 보니 이게 웬일인가? 나란히 달린 두 개의 도어락이 똑같았다. 가게 도어락을 단 지 4년이 넘었다. 그리고 이번에 도어락을 새로 주문했는데 가게에 단 도어락과 색깔, 디자인뿐만 아니라 제조회사까지 똑같지 않은가? 일부러 똑같은 것을 찾으려 했다면 쉽지 않았을 터인데……

그렇다. 사람의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걸 잊고 있었다. 인터넷의 그 수많은 도어락 중에서 똑같은 것을 고른다는 건 내가 보는 눈이 거기까지라는 거다. 그러고 보면 이러한 일들이 여러 번 있었다. 예전에 입었던 옷과 비슷한 옷을 사는가 하면 색깔만 다른 블라우스를 산 적도 여러 번이다.

한번은 옷가게를 갔는데 나에게 잘 어울린다며 입어보라고 했다. 그 옷은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스타일도 바꿀 겸 새롭게 도전하기 위해 그 옷을 구입했다. 그러나 그 옷을 입으면 뭔가 어색하고 내 옷이 아닌 것 같아 입었다 벗기를 여러 번 했지만 결국은 밖에 입고 나가지 못했다. 비싸게 주고 산 옷이라 버리지도 못하고 옷장 안에 묵혀 두는 건 나 뿐만은 아닐 게다. 취향이랄까? 성향이랄까? 암튼 자신이 가진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지인 중에 정신병원에서 근무하는 분이 계신다. 정신병원에는 각종 정신적 질병으로 오는 사람뿐만 아니라 알코올 중독자도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한 알코올 중독자의 배우자는 수년간 남편의 술 때문에 고통당하다가 급기야 남편을 정신병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 알코올 중독자는 몇 년 안 돼서 사망에 이르렀다.

몇 년 후, 그 여자는 다시 정신병원에 와서 지인에게 인사를 했다. 또 무슨 일로 여기에 왔냐는 질문에 그 여자는 재혼한 남편도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말문이 막혔다는 말을 들었다. 그 얘기를 들을 당시 그저 웃고 넘겼는데 이게 남의 일 같지 않다.

대부분 결혼 상대자를 고를 때 자신이 정한 기준에 따라 고르게 된다. 또한 자신이 못하는 걸 잘하거나 자신에게 없는 것을 지닌 성향의 상대에게 끌린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성향과 다른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어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현실로 성향이 다른 두 사람은 사소한 일에도 각자 자신의 생각대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그 결정이 극히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부딪히는 일이 발생한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결국 성격차이라는 이유로 헤어지기도 한다.

허나 사람의 보는 눈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또 다른 상대를 만나도 전에 만난 상대와 별다르지 않다는 통계결과가 있다.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제각각이고, 그 기준은 자신이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한 기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나도 내 기준에서 세상을 바라보았으리라.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지 않았는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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