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세상이다. 예전에는 열쇠로 문을 여닫다 보니 열쇠를 잃어버리면 낭패를 보기 일쑤였다. 그런데 지금은 번호 키를 많이 사용한다.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바로 열리니 여간 편리한 게 아니다.
우리 집은 단독집이다. 가게와 집이 하나로 통해 있다 보니 외부 손님이 자주 드나든다. 그러다 보니 마음 놓고 쉴 상황이 안 된다. 고민 끝에 가게와 분리된 현관문을 따로 사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얼마 전 공사를 해서 현관문을 따로 달았다.
인터넷에서 도어락을 주문하여 달고 보니 이게 웬일인가? 나란히 달린 두 개의 도어락이 똑같았다. 가게 도어락을 단 지 4년이 넘었다. 그리고 이번에 도어락을 새로 주문했는데 가게에 단 도어락과 색깔, 디자인뿐만 아니라 제조회사까지 똑같지 않은가? 일부러 똑같은 것을 찾으려 했다면 쉽지 않았을 터인데……
그렇다. 사람의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걸 잊고 있었다. 인터넷의 그 수많은 도어락 중에서 똑같은 것을 고른다는 건 내가 보는 눈이 거기까지라는 거다. 그러고 보면 이러한 일들이 여러 번 있었다. 예전에 입었던 옷과 비슷한 옷을 사는가 하면 색깔만 다른 블라우스를 산 적도 여러 번이다.
한번은 옷가게를 갔는데 나에게 잘 어울린다며 입어보라고 했다. 그 옷은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스타일도 바꿀 겸 새롭게 도전하기 위해 그 옷을 구입했다. 그러나 그 옷을 입으면 뭔가 어색하고 내 옷이 아닌 것 같아 입었다 벗기를 여러 번 했지만 결국은 밖에 입고 나가지 못했다. 비싸게 주고 산 옷이라 버리지도 못하고 옷장 안에 묵혀 두는 건 나 뿐만은 아닐 게다. 취향이랄까? 성향이랄까? 암튼 자신이 가진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지인 중에 정신병원에서 근무하는 분이 계신다. 정신병원에는 각종 정신적 질병으로 오는 사람뿐만 아니라 알코올 중독자도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한 알코올 중독자의 배우자는 수년간 남편의 술 때문에 고통당하다가 급기야 남편을 정신병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 알코올 중독자는 몇 년 안 돼서 사망에 이르렀다.
몇 년 후, 그 여자는 다시 정신병원에 와서 지인에게 인사를 했다. 또 무슨 일로 여기에 왔냐는 질문에 그 여자는 재혼한 남편도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말문이 막혔다는 말을 들었다. 그 얘기를 들을 당시 그저 웃고 넘겼는데 이게 남의 일 같지 않다.
대부분 결혼 상대자를 고를 때 자신이 정한 기준에 따라 고르게 된다. 또한 자신이 못하는 걸 잘하거나 자신에게 없는 것을 지닌 성향의 상대에게 끌린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성향과 다른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어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현실로 성향이 다른 두 사람은 사소한 일에도 각자 자신의 생각대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그 결정이 극히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부딪히는 일이 발생한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결국 성격차이라는 이유로 헤어지기도 한다.
허나 사람의 보는 눈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또 다른 상대를 만나도 전에 만난 상대와 별다르지 않다는 통계결과가 있다.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제각각이고, 그 기준은 자신이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한 기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나도 내 기준에서 세상을 바라보았으리라.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지 않았는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