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용지수
개천용지수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04.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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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신한은행이 지난 16일 빅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2019 보통사람 금융 생활 보고서'를 공개했다. 신한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급여 이체를 한 고객과 신용카드 거래 고객 등을 대상으로 수집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였는데 `보통사람'의 평균 월급은 476만원, 지출액은 238만원으로 나타났다.

소득 수준별 다섯 단계로 구분한 총자산 현황을 보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이 자산 격차는 무려 9배에 달했다. 월급이 300만원 미만인 저소득 계층의 평균 총자산은 9905만원에 불과했으나 7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은 8억9057만원으로 9배에 달했다.

월 평균 소비액 역시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4배나 많았다. 저소득층이 한 달에 103만원을 쓰는 반면, 고소득층은 저소득층의 급여 보다 100만원이나 많은 420만원을 썼다.

가구 소득 대비 교육비 지출액은 가장 격차가 컸다. 3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의 평균 교육비 지출액은 월 3만원에 불과했으나 7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교육비 지출액은 64만원으로 무려 21배가 많았다.

전체 소득층의 평균인 `보통사람'의 평균 교육비 지출액은 29만원이었다.

300만원 미만 소득층의 교육비 지출액이 `보통사람'의 지출액에 비해서도 1/10 수준에 그친 것이다.

가난한 집에 태어난 어린이와 부잣집에서 태어난 어린이가 부모의 소득 정도에 따라 전혀 다른 교육환경에서 자라는 나라. `2019년 교육 불평등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지난 2월 한국경제학회 학술대회에서 흥미로운 발제가 나왔다. 서울대 경제학부 주병기 교수가 발표한 이른바 `개천용지수(기회불평등지수)'다. 이 발제에서 주 교수는 부모의 학력이 중졸 이하로 낮은 집단 출신자가 소득 상위 10%에 진입하지 못할 확률은 2000년대 초반 20% 안팎에서 2013년에는 30% 안팎으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특히 부모 학력·소득과 수능 성적을 대입해 구한 `개천용지수'에서 부모의 학력·소득이 낮을수록 고득점 실패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왔다.

같은 학부 김세직 교수에 따르면 2014년 서울 강남구 출신의 서울대 합격률이 강북구 출신의 합격률에 비해 21배가 높았다. 도시와 농촌의 교육 격차는 물론, 같은 서울에서도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의 학생들의 서울대 합격률이 높았다.

이 학술대회에서 경제학자들이 강조한 것은 기회 불평등 문제였다. 주 교수는 특히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사회'를 안타까워 했다.

그는 “한국 경제 고도성장 원동력이었던 평등한 기회, 높은 교육열, 양질의 인적 자본이 파괴되면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도 위협하게 된다”

옳은 지적이지만 이 학술대회에서 거론되지 않은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바로 공교육의 정상화다. 학원과 과외 교습을 받지 않으면 좋은 대학을 갈 수 없는 비정상적인 교육 환경. 얼마 전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우리나라의 적나라한 교육 현실을 꼬집었다. 부모를 잘 만나 `입시 코디'를 두고 최고 명문대학을 가게 되는 상위 0.1%의 자녀들. 부모의 소득 수준이 자녀의 교육 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불합리한 현실을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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