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것들
미세한 것들
  •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과장
  • 승인 2019.04.2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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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과장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과장

 

봄꽃들의 향연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꽃샘추위까지 물러간 것으로 보이고, 꽃이 핀 자리로 연한 나뭇잎들이 세상을 내다본다. 숲은 모처럼 미세먼지 없는 하늘 아래, 새순이 몽글몽글 피어나면서 연두색으로 칠해지고 있다. 차차 녹음으로 꽉 채운 산으로 변해, 우리들의 삶터에 신선한 공기와 휴식공간을 내어 줄 것이다.

언제부턴가 겨울에서 봄까지 하늘을 흐리는 원인을 `황사'때문이라고 하다가 `연무'라고 하더니 요즘은 `미세먼지'로 바뀌었다. 지난겨울 동안 미세먼지 탓에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불과 며칠에 지나지 않았다. 급기야 외출을 꺼릴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북태평양에서 발견된 한 쓰레기 섬은 무게가 8만 톤에 이르며, 1조 8천억 개의 쓰레기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거대 쓰레기 섬이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에 4개 이상 떠돌아다닌다고 한다. 고래, 상어, 거북이가 플라스틱을 먹고 죽었다는 것은 이제 흔한 뉴스가 되었다.

쓰레기 수출을 두고 국가 간에 볼썽사나운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동남아로 갔던 쓰레기가 되돌아오고, 처리 못 한 쓰레기 산이 여러 군데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쓰레기 섬도, 쓰레기 산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미세하게 부서지는 것들이다. 굵은 것은 골라 격리하면 될 것이고, 덜 미세한 것은 우리 몸이 알아서 잘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닐류는 언젠가 부서진다. 초미세하게 부서진 것들은 우리의 바람과 달리 공기와 음식을 통해 체내 축적을 거듭할 것임은 비전문가도 예측 가능한 일이다. 비닐류가 부서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덜 사용하고, 사용한 것은 잘 회수해야 할 텐데 아쉽게도 지금 상황은 많이 부족해 보인다.

쓰레기를 담는 종량봉투가 얼마 전부터 확 변했다. 묵직하게 가득 채워서 배출했는데 요즘은 종량봉투는 금방 가득 찬다. 무게도 훨씬 가벼워졌다. 바스락거린다. 압착해도 다시 솟아올라 던지면 튀어 오를 기세다.

원인은 비닐이었다. 어느 날부터 비닐류는 재활용품으로 수거 하지 않는다고 통보받았다. 수거와 재활용 처리비용이 생산비를 초과한 탓에 가연성 쓰레기로 버리라는 것이었다. 비닐류를 종량봉투에 담아 배출하다 보니 무게는 줄고 부피는 늘어난 것이었다. 우리 생활에 이렇게 많이 쓰고 있었나? 라는 상황의 문제는 재활용 중단시점에야 알았다.

택배 속에 물건은 비닐로 칭칭 감겨 있고, 라면 한 봉지를 사도, 채소 한 단을 사도 모두 이중 삼중으로 담겨 온다. 세탁소에 옷을 맡겨도, 신발을 사도 모두 비닐이다. 딱 한 번만 사용하고 버리는 것들이다.

편하다는 이유로 비닐류를 남용하거나, 재활용하지 않는다면, 바다의 쓰레기 섬은 점점 더 커지고, 육지의 쓰레기 산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결국에 이들이 낳은 미세한 것들이 화학먼지, 방사능 먼지, 전자먼지와 같은 새로운 괴물로 진화될까 염려스럽다.

친환경 제품이 대세다. 누구나 원하는 건강한 생활을 지원하는 것이 생산자만의 몫은 아니다. 유통하는 사람과 소비자의 생활도 친환경이 되지 않고는 최종적으로 좋은 제품이라고 할 수 없다.

얼마 전 1회용품을 줄이자는 캠페인용으로 받았던 장바구니를 다시 찾았다. 헝겊으로 만들어 동전 지갑처럼 꼭꼭 접어지는 시장바구니를 호주머니에 넣어도 전혀 표시가 나지 않는다.

친환경 생산에 흘리는 땀만큼 우리 생활도 친환경이 되어야 하는 것은 현대인이 지켜야 할 새로운 덕목이다. 이해를 넘어 실천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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