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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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7.04.0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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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기관리의 새로운 협력 틀
이 재 은 <논설위원·충북대 교수>

약 2년 쯤 전에 위기관리 선진국의 사례 조사와 정책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여러 부처 공무원들과 함께 다른 나라들을 방문한 적이 있다. 국가별로 위기관리를 전담하는 부처를 방문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한편, 선진국들의 위기관리에 관한 노하우와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모두들 열심이었다. 특히, 2001년 9·11 테러를 경험한 미국의 경우에는 위기관리에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알았다.

오늘 날의 세계는 과거 옛 소련이 붕괴되기 이전의 시기와 달리 다극화된 사회로 특징지어진다. 옛 소련이 힘을 발휘하던 때의 국제질서와는 또 다른 질서가 세계의 안전보장을 위협하고 있다. 통제되지 않는 폭력이나 테러는 불확실성을 자아내고, 이 불확실성은 세계의 많은 시민들로 하여금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생활하게 한다. 옛 소련의 붕괴 이후 나타나는 통제받지 않는 폭력과 테러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은 지난 2002년 9월 5일 부시 대통령의 선언을 통해 신개념 국가안보를 발표하였다. 그동안 국가 외부로부터의 전쟁이나 무력 침략 등을 의미하는 전통적 안보 개념으로부터 탈피하여 미국 시민의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모든 위기로부터의 안전 보장을 위한 '포괄적 안보' 또는 '인간 안보' 개념의 도입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의 생명과 재산, 건강을 포함하는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각종 위기, 즉 테러, 질병, 범죄, 실업, 유해한 자연환경 등의 위협 요인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안보 개념을 천명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가 위기관리가 전쟁, 무력충돌, 지역분쟁, 도발, 영토의 침범, 주권의 훼손 등과 같은 전통적 안보 위기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 건강은 물론 국가사회의 핵심요소나 가치, 기능을 위협할 수 있는 일체의 사건이나 상황을 대상으로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 바람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태풍, 집중호우, 추락, 침몰, 테러는 물론 조류 인플루엔자와 같은 전염병에 대한 관리 역시 국가 위기관리의 일환으로 관리하고 있어 마음 든든하다.

이와 같은 국가 위기관리에 대한 정책 변화와 함께 구체적인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와 정책집행의 틀이 변화하는 것이 절실하다.

첫째, 재난관리는 물론 대테러 정책이나 핵심기반 보호 등의 위기관리는 정부기관 뿐만 아니라 기업은 물론이고 시민단체나 학계 및 실무계의 전문가들이 함께 협력의 틀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둘째, 정부 부문의 경우에도 각각의 위기관리 영역에서 다양한 위기관리 기관들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때 효과적이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경우에는 사회가 복잡하고 다양하게 구성되다보니 단일 조직에 의한 정책집행보다는 하나의 정책 집행이 다수 조직에 의해 공동으로 이루어지는 다조직적 집행이 요구된다.

셋째, 위기관리에서 새로운 원칙들이 모색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혹은 민간부문의 관계가 주로 명령-지시-감독-통제의 원칙에 입각해 왔다면, 앞으로는 연계-조정-지원-협력의 원칙으로 전환되는 것이 필요하다. 시민사회 부문의 역량이 발전하고 성장함에 따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선진 자본주의 국가로 발전하여 가는 상황에서 위기관리 역시 정부를 포함하는 공공부문에 국한해서는 선진 위기관리 체제 구축이 요원하다. 위기관리 부문을 산업화하고 위기관리 시장(Market)을 형성함으로써 시민과 이해관계자들로 하여금 시장의 유인과 동기에 의해 행동하게 하고, 위기관리를 위한 자원 투입을 비용보다는 투자로 판단하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국가를 구성하는 정부, 시민사회, 시장, 학계 모두에 의한 자발적인 위기관리 협력 틀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우리 국가의 안전 보장은 물론 발전의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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