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나칩 매각에 지역관심 필요하다
매그나칩 매각에 지역관심 필요하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9.04.21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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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중국의 반도체 업체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매그나칩반도체 매각이 최근 구체화하면서다.

매그나칩 매각 주관사인 JP모간이 인수의향서를 받겠다고 하면서 중국 SMIC와 대만의 UMC가 인수 의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MIC는 지난 2014년 동부하이텍 인수 때도 유력후보로 거론됐다가 결국 포기한 전력이 있다. 매그나칩 매각이 진행되면서 이번에 또다시 등장한 것이다.

대주주와 JP모간은 3곳가량의 숏리스트를 추려 실사 기회를 주고 이달 말까지 가격을 제안하라고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그나칩반도체 매각 수년 만에 본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인수 후보로 중국계 기업들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매그나칩 직원들은 크게 긴장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매각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상하이차는 지난 2004년 10월 쌍용차를 인수했다. 하지만 상하이차가 2009년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사측이 인력의 37%에 해당하는 2646명에게 구조조정을 통보했다.

상하이차가 약속한 투자는 하지 않고 4년여 만에 이렇게 손을 털고 나가면서 고급 기술만 빼내갔다는 먹튀자본이란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렇게 해고된 노동자들은 10년 가까이 단식과 굴뚝 농성을 벌이며 복직투쟁을 벌여야만 했다. 매그나칩 노조가 중국계 기업에 회사 매각을 우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채권단은 지난 2004년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했던 하이닉스반도체를 살리기 위해 시스템반도체 부문인 매그나칩을 해외 투자펀드에 매각했다.

모회사의 자금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팔렸지만 매그나칩은 매각 당시만 해도 탄탄한 회사였다. 하지만 매그나칩을 인수한 미국의 시티벤처캐피털은 반도체 회사에 필수적인 설비투자보다는 투자금 회수에 급급했다.

대주주로부터 추가적인 투자를 받지 못한 매그나칩은 이후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2009년에는 또 다른 헤지펀드인 애비뉴캐피털에 넘어갔다.

매그나칩은 국내기업이 해외기업에 매각 된 후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고사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랬던 회사가 2017년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성장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사물인터넷(IoT) 등 전방 산업 성장으로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지문 센서, 아날로그 등 각종 로직칩, MCU 등 범용 제품의 수요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2018년 말 기준 시가총액은 3200억원, 영업이익은 약 900억원의 흑자 기업으로 성장했다.

흑자가 났을 때 매각해 차익을 챙기기 위해 매각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와 물밑 접촉을 하다 공개입찰로 방식을 선회한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펀드가 고수익을 좇아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다. 특정펀드가 갖고 있는 회사를 높은 가격에 매각하겠다고 하는 것도 나무랄 일이 아니다.

노조는 제조업체의 투자나 인수를 원하겠지만 공개된 시장에서 이를 선별해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중국계 업체가 인수할 경우 `먹튀'가 될지 `구세주'가 될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다만 쌍용자동차 사태를 지켜본 노조로써는 당연히 우려할 만하다. 기술유출과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노조가 지역사회에 S.O.S를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그나칩 매각이 쌍용자동차 매각 때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1700여 직원들을 위해 지역사회의 관심이 좀 더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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