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單純)
단순(單純)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19.04.2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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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청년 뉴턴은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생각한다. “사과는 왜 땅으로 떨어질까? 사과는 땅으로 떨어지는데 하늘에 달은 왜 땅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일까?” 뉴턴은 사과를 우주로 이동시켜 달과 사과를 동일한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리고 마침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과 같은 천체의 운동과 지상에 있는 물체의 운동을 단순한 하나의 방정식으로 설명한다.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시작된 고대의 철학과 갈릴레이로부터 촉발된 과학을 근대의 고전역학 체계로 통합한 것이다. 지상과 우주의 운동을 질량을 가진 두 물체가 서로 끌어당긴다는 단순한 `만유인력 법칙'으로 명쾌하게 설명한 것이다.

어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똑같은 고민에 빠진다. “사람이 빛의 속도로 날 수 있다면? 빛의 속도로 날아가 거울을 볼 수 있다면? 그 거울에 자신의 얼굴이 보일까? 보이지 않을까?” 아인슈타인의 이러한 고민은 `빛의 속도는 어느 상황에서나 불변하며' `시간의 흐름은 모두 다르게 경험된다'는 특수상대성 이론을 넘어 일반상대성 이론으로 완성된다. 우주의 공간은 텅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장으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였고 시간과 공간을 장(場)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통합했다. 뉴턴의 중력까지 하나로 묶어 우주를 거대한 중력장 개념으로 설명한다. 물체가 떨어지는 현상은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아니라 질량이 공간을 휘게 한다는 개념으로 바꾼다. 휘어진 곡면을 따라 물체가 이동한다는 것이다. 질량으로 인한 공간의 휘어짐은 빛도 휘어지게 하고 시간도 천천히 흐르게 만든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은 뉴턴의 법칙을 확장하였으며 우주의 탄생과 진화의 원리를 단순한 수학적 공식으로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게 만들었다.

상대성 이론은 거시적 세계 운동은 잘 설명할 수 있지만, 미시적 세계인 양자의 움직임은 설명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힌다. 물리학자들은 우주에 네 개의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력, 강력, 약력, 전자기력이다. 이론 물리학자들의 최대의 관심사는 이 네 개의 힘을 하나의 방정식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단순한 수학공식 하나로 우주의 모든 힘과 운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현재는 강력과 약력, 전자기력은 하나의 방정식으로 통합되었지만, 중력까지 완전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다. 거시적 세계의 운동과 미시적 세계의 움직임을 단순한 하나의 방정식으로 설명하는 것이 마지막 남은 과제다.

지난 일요일은 부활절이었다. 40일간의 사순시기를 마치고 거룩한 성삼일을 지나 십자가에 죽임당한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는 날이다. 출애굽의 모세는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과 계약을 맺고 십계명을 받는다. 유대 민족은 이 십계명을 613개의 율법으로 만들어 삶 속에서 지키게 하였고 대대로 전승시킨다. 그러나 예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친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 하여라.”복잡하여 지키기 어려운 수많은 율법을 하나의 단순한 계명으로 통합한 것이다. 그것은 `사랑'이다. 모든 율법의 완성은 `사랑'이다. 정말 단순하다. 서로 사랑하여라. `이웃 사랑'을 말한 것이다. 아니 `이웃 사랑의 실천'을 더 강조한 것이다. 이 가르침이 예수께서 주신 가장 강력하면서도 단순한 구원의 방정식이다.

단순單純 은 복잡하지 않고 간단한 것이다. 단순은 복잡함을 꿰뚫는 통찰이다. 모든 물질은 `끈'의 진동으로 만들어진다는 양자역학과 구원은 `사랑'의 실천으로 완성된다는 예수의 가르침은 너무나 단순하다. 그러나 눈부시게 아름답다. 이념과 계층으로 나뉘어 갈등하는 이 나라에 정말 필요한 것은 단순함이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오히려 단순함에 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사랑하자. 이웃사랑이라는 단순한 방정식이 엉킨 실타래를 푸는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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