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5년
세월호 참사 이후 5년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4.18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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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
임성재 칼럼니스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년이 지났다. 그날의 놀람과 충격은 아직도 많은 국민의 마음에 상처로 남아있다. 수학여행을 보낸 아이들이 이유도 모른 채 좌초된 배에 갇혀 구조를 기다리다 우리의 눈앞에서 침몰되어 갔다. 아무런 구조의 손짓도 보낼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며 그 현장을 고스란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고문처럼 아팠다. 그나마 구조의 손길을 펼친 것은 인근의 어민들이었다. 그때 그곳에 국가는 없었다.

정권이 바뀌어 세월호가 인양되고 유골 수습작업과 진상조사가 벌어졌으나 시신조차 찾지 못한 가족들의 아픔은 치유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 정권에서부터 이어온 증거자료의 조작과 폐기 등 사건은폐의 골은 깊고 은밀하다. 그렇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낱낱이 밝혀내고, 그 사건에 책임이 있는 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 민주국가를 자처하는 대한민국이 해야 할 일이다. 이런 조치를 하지 못하면서 조직을 바꾸고 사람을 바꾼다 한들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유가족과 국민의 상처는 아물기는커녕 더 깊어 가는데 막말을 쏟아내는 사람들도 있다. 오로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쏟아내는 그들의 막말은 최소한의 인간의 양심에도 어긋나는 짓이다. 인간의 본성조차 거스르는 그런 사람들이 정치인이라고 불려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들은 마땅히 정치판을 떠나야 하나 그런 사람이 스스로 정치판을 떠날 리 만무하다. 그러니 국민이 그들을 심판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유가족에게 막말을 하는 사람들은 국수주의적 사고로 자국민을 호도하는 일본정부의 각료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들의 공통점은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인간과 생명에 대한 존엄성은 헌신처럼 팽개쳐버린다는 것이다.

같은 국민의 아픔조차 보듬지 못하는 그들을 볼 때마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와 사과해온 한 일본인의 말이 떠오른다. `일본은 위안부할머니들이 용서할 때까지, 됐다고 할 때까지 진정으로 사과하고 또 사과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처럼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세월호유가족들이 이젠 됐으니 그만 하라고 할 때까지 세월호참사의 원인규명을 위해 나서고, 그들을 위로하고, 함께 아파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따르다가 이유도 모른 채 하늘의 꽃이 된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며 나라의 도리라는 생각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생명의 존엄이나 인격보다는 물질의 가치를 더 높이 추구하는 세상을 살게 된 것 같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지표라는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들어섰다지만 대부분의 국민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현실은 암울하다. 일부 가진 자들의 소득으로 산술적 평균을 이뤄냈을 뿐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적 토대 없이 쌓아올린 물질의 탑은 사상누각(砂上閣)에 불과하다.

세월호유가족에게 막말을 하는 자들도 보상비문제를 빼놓지 않고 거론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정치도,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이라고 자랑하는 우리의 국격(國格)이라는 것도 모래사장에 지은 고층건물과 다름없어 보인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물질적 가치보다 생명의 가치, 정신적 가치를 더욱 존중하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명백히 규명하여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나라의 기틀을 다져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막말을 쏟아내는 부도덕한 정치인들을 추방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정치를 깨끗이 하는 길만이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생명과 인권의 가치가 물질의 가치보다 더 소중하게 평가받는 길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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