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자무수 1
호자무수 1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19.04.1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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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수변림하적편다(水邊林下跡偏多) 물가 나무 아래 발자국 어지럽게 많으니,

방초리피견야마(芳草離被見也麼) 방초를 헤치고서 그대는 보는가 못 보는가?

종시심산갱심처(縱是深山更深處) 가령 깊은 산 깊은 곳에 있다 해도

요천비공즘장타(遼天鼻孔怎藏他) 하늘 향한 등창코를 어찌 숨기랴!



반갑습니다. 무문관 공안으로 보는 자유로운 선의 세계로 여러분과 함께하는 괴산 청천면 지경리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제가 상주하고 있는 산골 초암에는 깨끗하게 닦인 장독대의 항아리들이 봄 햇살을 받으며 맑게 빛나고 있네요.

이 시간에는 무문관 제4칙 호자무수(胡子無鬚)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공안은 격외도리형 공안입니다. 본칙은 `或庵曰 西天胡子因甚无须'(혹암왈 서천호자 인심무수오)로 해석하면 서역의 오랑캐는 왜 수염이 없는가인데요. 호자무수의 본칙은 아주 간단하지요. 중국 사람들이 말하는 서역의 오랑캐란 즉 수염이 많은 서쪽 사람들을 말하거나 그들 중에서 특히 달마대사를 뜻하는데 이들은 왜 수염이 없느냐고 학인 스님들에게 묻는 장면입니다.

이 공안은 제1칙 조주구자와 거의 문자만 틀린 것이기 때문에 조주구자를 충실히 공부한 사람이라면 쉽게 대답할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혹암사체(或庵師體·1108~1179)스님은 송나라 때 임제종 선사로 원오극근의 법손입니다. 달마대사는 마치 중동의 아랍계 주민들처럼 수염이 아주 많았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달마대사가 왜 수염이 없냐고 물어봅니다.

여러분의 대답은 무엇입니까? 무문 선사는 이렇게 평합니다.

“无门曰:参须实参 하고 悟须实悟하여 者个胡子를 直须亲见一回하야사 始得다 须亲见하면 早成两个 하리라”(무문왈:참수실참 하고 오수실오하여 자개호자를 직수친견일회하야사 시득다 설친견 하면 조성량개 하리라!)

해설하면 무문 선사께서 평하시기를 “참은 모름지기 실참이라. 깨달으려면 진짜로 깨달아야지 겨우 친견 일회하여 친견했다고 하면 두 개가 되어 버리네!”인데요.

여러분은 주변에서 덥수룩한 수염을 한 달마대사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셨을 겁니다. 달마대사를 직접 보고 수염이 있다 없다 하면 두 가지 분별의 길로 들어서 버린다는 말이지요. 눈을 뜨고 있지만 진짜는 보고 있지 못한다는 건인데요. 당연히 그것은 진짜 참구도 아니고 진짜 깨달음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무문관 제4칙 호자무수(胡子無鬚)를 더 자세히 탁마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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