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과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
‘장애인의 날’과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9.04.17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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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매년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들이 특별한 대우를 받는 날이었지만, 이것은 한국사회에서 희석되지 않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하루 동안의 위안으로 무마하고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받으려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은 지난 2002년부터 `420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구성하고, 장애인 자립과 이동권 보장, 장애등급제 폐지 등을 주장해 왔다. 이 중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의 몸에 등급을 매기는 것은 낙인을 찍는 것과 같다”며 장애계의 큰 반발을 샀다.

이들의 20년 가까운 외침 끝에 장애등급제 폐지가 마침내 가시권에 들어왔다. 정부는 지난해 말 장애인을 장애 정도에 따라 1~6등급으로 나눠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해 올해 7월부터 단계적으로 장애인복지제도를 정비해 나가기로 했다.

앞으로 장애인들은 기존 `등급'이 아닌 `종합조사'를 거쳐 활동지원 급여와 보조기기 교부, 거주시설 이용, 응급안전 등 4가지 복지서비스를 지원받는다. 장애 정도는 `심하거나' `심하지 않거나'로 분류해 참고자료로만 쓰이게 된다. 서비스는 2020년 이동지원, 2022년 소득·고용 지원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늦었지만 환영할만한 국가정책이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축구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 전 국가대표 감독의 명언 `나는 아직 배고프다'처럼 장애계의 사회적 욕구와 그에 따른 갈증은 아직 여전하다.

이들은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정책과 예산 수립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 24시간 대상자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를 압축해 설명하면 `장애인은 시혜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사는 이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 자기생활을 해 나가는 한 객체로서의 자연인으로 살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집 밖에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한다. 그 다음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생계를 꾸려가기 위한 직업을 갖거나, 사회활동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겉으로 보이든, 보이지 않든 간에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져야 한다.

휄체어 등 장애인보장구를 이용해도 스스로 이동하거나 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에게는 장애인활동보조인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들이 함께한다. 그런데 이들의 얼굴이 어둡다. 이들의 인건비에 해당하는 수가가 항상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책정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활동보조인들은 “사회서비스는 일반 서비스와 달리 전문 영역이고, 전문 영역에 맞는 대우와 예산 책정은 필수”라고 말한다. 늘 자신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활동보조인이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에 나서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옛말에 `곳간에서 인심 난다'라는 말이 있다. 활동보조인도 최소한의 생계 걱정은 덜어야 즐거운 마음으로 일터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420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매년 외치고 있는 `이동하자! 자립하자! 차별없이 살아보자!'라는 구호는 빠른시일내에 현실이 돼야 한다. 국민 모두가 바라는 선진국, 복지국가는 바로 사회적 약자가 불편함을 최소한으로 느끼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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