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을 그리며 도라지는 새롭게 변신한다
파란 하늘을 그리며 도라지는 새롭게 변신한다
  • 윤향식 충북농업기술원 식품개발팀장
  • 승인 2019.04.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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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윤향식 충북농업기술원 식품개발팀장
윤향식 충북농업기술원 식품개발팀장

 

출근길은 늘 설렘으로 가득하다. 청주에서 오창으로 가는 길, 도로 밖 멀리까지 펼쳐진 파란 하늘 때문이다. 요즘은 같은 길을 달려도 잦은 미세먼지 때문에 회색빛으로 빨려 들어가는 착각에 더럭 겁이 난다. 파란 하늘이 그립다.

올해 유난히 심해진 미세먼지는 일상생활의 습관을 바꾸었다. 실내에는 공기청정기가 자리 잡았고, 미세먼지 예방 식품이 식탁을 채운다.

기관지하면 떠오른 대표적인 식품은 도라지이다. 도라지는 한방에서 폐를 건강하게 하고 기관지 질환을 다스리는 약재로 많이 이용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약용보다 식용으로 더 많이 이용되어 왔다. 요즘에는 봄 또는 가을에 캐어 햇볕에 말리거나 건조기로 건조시켜 식용 또는 약용으로 사용하는데, 감기로 인한 기침, 가래, 코막힘, 천식, 기관지 염증 등에 사용한다.

그러나 도라지는 특유의 냄새와 아린 맛(쓴맛)으로 인해 섭취 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이러한 아린 맛을 개선하기 위해 충북농업기술원에서는 도라지를 증자, 숙성하여 사포닌 함량은 2.1배, 총폴리페놀 함량은 3.2배 증가한 흑도라지를 개발했다.

또 흑도라지를 이용하여 소비자가 쉽고 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형태의 곤약젤리를 개발하여 특허 출원했다. 2018년 국내 과일젤리 시장규모가 약 800억원 수준으로 최근 3년간 45%의 성장률을 보여 왔다. 흑도라지 곤약젤리가 기관지 보호식품으로 어디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상품화되어 청소년들과 직장인의 간식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

또 다른 특허기술인 흑도라지 청은 아린 맛은 감소하고 사포닌과 총폴리페놀 함량은 증가하여 흑도라지 추출액과 쌀올리고당, 아로니아 즙 등으로 만들어 먹기 좋은 식감과 생리활성을 보인다. 흑도라지청 또한 스틱형으로 만들어 직접 섭취하거나 물에 타서 음료형태로 마실 수 있도록 시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소비자가 원하는 도라지의 변신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가 개발한 흑도라지 가공제품은 일반식품이다. 하지만 한의약에서는 음식과 약은 뿌리가 같아 좋은 음식을 잘 먹으면 약을 먹는 효과가 난다는 식약동원(食藥同源)이란 말이 있다. 우리 지역의 건강한 농산물인 도라지, 인삼, 마늘, 사과와 같은 기관지와 면역증진에 좋은 식품의 일상적인 섭취가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이겨낼 수 있는 약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2007년 충북농업기술원에서 육성한 4배체 도라지인 으뜸(백)도라지는 전국 재배면적의 62%를 점유하고 있다. 기존 재래종보다 뿌리 수량이 30% 이상 많고 파종 후 수확까지도 2년이 소요되니 재배기간도 절반으로 단축시켰다. 1999년에 맨 처음 도라지 품종 육성을 시작했다. 벌써 20년의 세월이다. 누군가의 한 삽이 현재의 역사를 만들 듯 파란 하늘을 되돌리고, 건강한 삶을 향한, 지금 바로 현재의 한 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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