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소풍 간 아이들에게
하늘로 소풍 간 아이들에게
  • 박희남 수필가
  • 승인 2019.04.1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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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박희남 수필가
박희남 수필가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콧노래 흥얼거리며 떠났던 아이들아! 예쁜 옷 골라서 챙겨 담고 가방 한 귀퉁이에 여행에 대한 기대와 설렘도 함께 담아서 환한 미소 보이며 떠났던 아들, 딸들아! 평생을 간직할 추억을 한가득 가방에 채우고 어쩌면 귤이라도 한 봉지 사서 돌아올 거라 믿었다. 아니 당연히 돌아와야만 했다. 돌아와서는 귀찮을 정도로 쫓아다니며 여행에서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몇 날 며칠을 재잘거리며 이야기할 줄 알았다.
너무도 당연한 거라서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안아주지 않았고 사랑한다는 말도 한 번 더 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것은 두고두고 해도 늦지 않다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아마도 엄마 아빠는 그런 마음이었을 거다. 그런데 너무도 당연히 돌아와야 할 너희는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아주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구나.
그래서 남아있는 우리에게는 아주 많이 잔인한 봄이 되고 말았다. 꽃들이 만발하고 초록이 우거지고 새들이 노래하는데도 누구 하나 마음 놓고 환하게 웃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의 이쁜 딸, 누군가의 든든한 아들, 귀여운 동생, 멋진 형, 누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하디 귀한 손자였을 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악착같이 살아 보려고 여리디 여린 손가락 다 부러질 때까지 유리문을 두드리면서 빨리 꺼내 달라고 울부짖으며 얼마나 어른들을 기다렸니. 갑자기 닥친 칠흑 속 생지옥 공포가 얼마나 무서웠니. 차가운 곳 짠 바닷물을 마시며 따뜻한 이불 속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일분이 천 년의 시간처럼 바닷속 갇힌 배 안에서 엄마 아빠가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에도 문자로 “엄마 내가 말 못할까 봐 보내 놓는다. 엄마 사랑해”이런 문자를 보내왔던 착한 아들, 그 순간 너희 심정이 어땠을까.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으면 친구와 구명조끼 끈으로 떨어지지 말자고 서로 몸을 묶어 꼭꼭 부둥켜안고 있었을까.
가만히 있으라는 그 말을 믿고 기다린 죄밖에는 없는 데, 그래서 가만히 있었는데, 가만히 있으면 구해줄 거라 믿었는데, 끝끝내 아무도 오지 않는 어른들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어쩌면 착한 너희는 원망하기보다는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을 거야. 그러면서도 혹시 모를 죽음을 준비하며 학생증을 꼭 쥔 채, 연락이 와 줄 핸드폰을 가슴에 안은 채 그렇게 한스럽게 절규하며 세상을 떠나갔구나. 어리디 어린것이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구나.
너희의 그 아픔과 절규와 한 맺힌 원혼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저 어둡고 차디찬 바닷속에 남아 있는 아들 딸들아 우리 모두가 간절히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단다. 부디 하루속히 돌아와다오. 너희를 그렇게 차가운 물속에 가둔 사람들은 그 누구도 아닌 나와 우리 어른들이란다. 그래서 더 미안하고 죄스럽기 짝이 없구나. 너희가 그렇게 살고 싶었던 오늘을 내가 살아가고 있어서 미안하고 또 미안하구나.
죄인 된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저 미안하다는 말과 잊지 않겠다는 말 뿐, 그리고 또 하나, 가장 안전한 사회는 가장 민주적인 사회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가장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민주주의를 완성해 가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약속할 게. 불의가 법이 될 때 저항은 의무라고 하는 말 또한 우리 모두가 귀 기울여서 결코 불의에 눈 감지 않고 앞장서서 고쳐나갈게. 그래서 다시는 이 땅에서 이런 비극적인 희생이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너희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겠지.
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부디 그곳에서는 고통도 아픔도 슬픔도 없이 맘껏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 못난 어른들을 용서해 달라는 말은 차마 못 하겠다. 그러나 잊지 않으마. 절대 잊지 않으마. 사랑한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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