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문화유산과 굿즈
충북 문화유산과 굿즈
  • 박종선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 승인 2019.04.15 1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 포럼
박종선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박종선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2018년 평창은 우리에게 평화로 가는 교두보를 마련해준 기억으로 남아있다. 북한 선수들과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하여 경기에 임했던 순간은 두고두고 회자할 만큼 큰 이슈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평화의 기운보다 더 큰 열풍을 낸 것이 있었으니 바로 `평창 롱패딩'이었다. 판매 전날 밤부터 백화점 앞에 줄을 서서 대기표를 받는 것은 기본이고 온라인에서는 웃돈을 주고 거래될 만큼 평창의 또 다른 스타로 대중들의 관심을 온몸으로 받았다.

2019년 대한민국은 `평창 롱패딩'처럼 특정한 장소와 시간, 특정한 이벤트가 있을 때만 살 수 있는 `굿즈'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한정판 굿즈를 구입하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요즘 젊은이들은 물건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유대감을 소비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소비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충북만의 굿즈는 무엇이 있을까? 방학을 맞아 `내일로'를 통해 충북을 찾은 대학생들이 꼭 사가고 싶을 만한 `힙한' 아이템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문화유산은 장소성을 띄고 있다. 박물관에 소장되어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전시되는 유물이 아니라면 항상 그 자리에 가야지만 볼 수 있는 것이 문화유산이다. 그래서 한 지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되기도 하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주요 인자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그 지역을 상징할 수 있는 문화유산 굿즈의 개발은 현 시점에 꼭 필요한 관광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춰 2019년부터 충청북도와 충북도문화재연구원은 충북을 대표할 수 있는 문화유산 굿즈를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4년간 매년 한가지씩 상품개발을 추진하는데 올해는 충북의 전통주가 그 대상이다.

2017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 시 정상만찬 때 쓰였던 술은 바로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풍정사계'라는 전통주였다. 당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관련 뉴스가 쏟아졌고, 주문이 폭주해 모든 제품이 품절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풍정사계는 많은 사람이 찾는 지역의 명주가 되었다. 사실 명주의 전통은 이미 과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예부터 충북은 좋은 물과 좋은 쌀로 좋은 술들을 만들어 냈고, 그 전통이 그대로 전해져 무형문화재로 인정받은 술이 3개나 있다. 청주 신선주, 충주 청명주, 보은 송로주가 그것이다. 오랜 세월 한집안의 가양주로 고조리서에 남긴 제조비법으로 현재까지 전승되어 온 이 3가지 술은 우리가 자랑할 만한 지역의 대표 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3가지 전통주를 하나로 모아 맛볼 기회를 제공하자고 하는 것이 바로 이번 상품개발의 목적이다. 전통주 3가지 외에도 술을 담을 수 있는 용기, 이를 포장할 수 있는 케이스까지 모두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장인들의 손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그러면 이 전통주 융합상품이 충북을 대표할 수 있는 `굿즈'가 될 것인가? 상품의 희소성과 상징성과는 별개의 문제로 전통주 융합상품을 소비하고자 하는 개인들의 주관적인 만족을 시켜야 하는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 특색 있는 디자인, 매력적인 스토리를 덧입히는 것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

한번 상상해 본다. 타지에서 청주를 방문한 젊은 관광객들이 요즘 청주를 대표하는 굿즈인 `마카롱'을 찾아 청주 구도심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청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상당산성을 둘러보고 거기에서만 살 수 있는 `충북 전통주 융합상품'을 사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순간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