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한글날에만?
한글은 한글날에만?
  • 류지호 흥덕구 민원지적과 민원팀장
  • 승인 2019.04.15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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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류지호 흥덕구 민원지적과 민원팀장
류지호 흥덕구 민원지적과 민원팀장

 

길거리를 거닐다 보면 여긴 어느 나라인가 싶을 정도로 한글 찾기가 어렵다. 표기는 분명 한글인데 뜻을 모르겠다. 인터넷은 말할 것도 없다. 세계는 하나요, 다변화 시대에 국적 없는 언어 사용은 지구촌을 하나로 잇는 사회적 요구라고 항변할 것인가? 그래서 한글은 한글날만 되새겨 보는 특별한 문자로 치부할 것인가? 우리 모두 한 번쯤은 뒤돌아봐야 할 것이다. 세계도 인정한 한글문화의 위대함을 우리는 우리 스스로 저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기사화된 글 중 일부를 보자.

`…선거제 개혁안을 신속처리 안건 지정 절차 이른바 패스트 트랙에 올려 처리하겠다며…', `…글로벌 바이어와 참가업체 간 정보 교류의 장인 `비즈니스 교류회(Biz Networking Party)'가…'.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얼핏 짐작은 간다. 하지만 해석이 필요하다.

언젠가 어느 유명한 학자가 TV에 나와 한 말이 있다.

“영어 문화권에서 쓰고 있는 단어를 한국말로 옮기려니 적당한 단어가 없다. 그러니 그냥 영어 표현 그대로 쓸 수밖에 없다.”

정말 그럴까? 노력은 해 봤는가?

일부 일리는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인정하기엔 너무나 많은 말들이 해석을 필요로 한다. 해석이 필요하다면 우리에게 맞는 단어를 창조하면 어떨까. 우리는 `휴대폰'을 당연히 우리 언어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북한은 `손 전화'라고 부른다. 어쩌면 우리보다 북한이 전통을 잘 지키고 있는지 모른다. 언어도 생물이다.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면 그에 맞는 언어가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우리는 그런 노력은 하지 않은 채 그저 받아들이기에만 급급하다. 마치 자국의 언어인 것처럼. 언제부턴가 한글로 표기하면 촌스럽고 외국어로 표기하면 무언가 있어 보인다는 엉뚱한 사고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난 가끔 우스갯소리로 “세종대왕이 지하에서 통곡하시겠다”라고 혼잣말을 할 때가 있다. 영어를 못해서, 해석이 어려워서, 몰라서가 아니다.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한글로 쓸 만한 말이 정말 없어서 영어로 표현해야만 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저 습관처럼 그런 것인지 말이다.

요즘은 여기에 한술 더 떠 청소년들은 물론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줄임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안 그래도 세대 간 소통이 부족해 문제라고 하는데 이건 대화 자체가 어려울 정도다.

시대 흐름이 그러하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한글날만 유난스럽게 한글의 우수성이 이렇다저렇다 하고 한글학회가 기념식을 갖는 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진짜는 잊고 있는데.

무릇 글이란 써야 글이고 말해야 언어인 것이다. 쓰지 않고, 말하지 않는데 어찌 언어라 할 수 있겠는가. 영어를 한글로 표기한다고 한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말은 한국인도 몰라요 외국인도 모르는 어정쩡한 글자인 것이다. 차라리 원어를 표기하는 것이 그나마 나을 것이다. 그러면 최소한 그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만은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 이제 한글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볼 때가 됐다. 한글날만 외치는 한글이 아닌 우리의 글을 우리가 바로 쓰는 그런 시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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