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마음
꽃다운 마음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9.04.1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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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아프리카 탐사 초기에 한 유럽인 탐험가가 있었다. 그는 짐을 운반해 줄 세 사람의 아프리카 원주민을 고용하여 함께 밀림을 뚫고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가고 있었다. 가야 할 길이 바빴고, 여러 위험이 도사리는 밀림 속이었기에 그들은 밤낮을 쉼 없이 걷고 또 걸었다. 그런데 사흘째 되던 날, 짐꾼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더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탐험가는 잔뜩 화를 내며 예정된 날짜, 예정된 시간까지 목적지에 꼭 도착해야 한다며 짐꾼들을 재촉했다. 그러나 원주민들은 요지부동이었다. 탐험가는 원주민 한 사람을 붙들고 이유를 물었다. “지금껏 잘 오다가 갑자기 주저앉은 이유가 뭐냐”고. 그랬더니 그 원주민은 다음과 같이 답했단다.

“우리는 이곳까지 제대로 쉬지도 않고 빨리 왔습니다. 우리는 영혼이 우리를 따라올 시간을 주기 위해 이곳에서 기다려야 합니다.”

스피노자를 연구한 한 연구자는 인간은 `현재 있는 그대로'신이라고 논문의 첫 문장을 썼다. 연구자조차도 그 말이 17세기 스피노자가 살았던 시대는 물론이고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얼른 받아들이기 힘들만큼 파격적이며 또한 그것이 성자와 같은 이상적 인간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을 대상으로 한 말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연일 신문과 매체에 보도되는 파렴치한 범죄자는 말할 것도 없고, 매일의 일상을 사는 우리, 보통의 인간은 신이라기보다는 신의 정반대 편에 있는 불완전한 존재, 욕망에 사로잡혀 곧 후회할 행동을 반복하는 존재, 한없이 나약하고 어리석으며 비도덕적인 존재로 신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우리가 현재 있는 그대로 신인가? 우리에게 그는 화두를 던졌다.

우리가 정말 현재 있는 그대로 신인가? 함께 공부하는 한 선생님께서 그 화두에 질문 하나를 덧붙이였다. 우리의 언제 신인가? 존재가 사라진 후에 신이 되는가, 아니면 존재로서 생성되기도 전에 이미 신인가? 인간이 `현재 있는 그대로'신이 아니라면 언제 신일 수 있단 말인가? 그 질문을 보태고 나니 스피노자의 말이 더 뚜렷이 다가왔다. 인간은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로서 지금 자신이 가진 욕망, 불완전함, 나약함, 어리석음을 이해하고 나아가 현재 있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신이 되고자 노력하는 존재인 것이다.

4월도 중순에 접어들고 있다. 봄이 늦은 대학의 캠퍼스에도 주말, 벚꽃이 피었다. 노란 산수유, 우아한 백목련, 우리나라보다는 유럽에서 대접받는 개나리까지 어여쁘다는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꽃송이들을 보니 회의와 일로 분주한 마음이 살살 녹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꽃을 보고 좋아하는 것은 우리들 마음속에 꽃다운 요소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라는 법정스님의 법문 한 구절이 문득 떠올랐다. 꽃다운 그것이 우리들 속에 다 하나씩 있다! 그 꽃다운 요소가 어쩌면`현재 있는 그대로' 신임을 반증하는 것 아닐까? 그 꽃다운 요소를 거울삼아 꽃 보기에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삶을 살아내는 것이 인간의 존재됨 아닐까?

요일별로 목요일은 주관적 행복감이 가장 낮은 날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주초부터 지속된 일과에 피로감이 커진 탓이라는 설명이다. 오늘은 목요일,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기다리는 지혜, 우리 안에 꽃다운 요소를 발견하는 기쁨, 그리고 현재 있는 그대로 인간은 신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좀 행복해지지 않을까? 아니, 외려 그런 삶을 살아내야 하는 부담으로 더 괴로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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