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현장의 오아시스! 소화전은 모두의 생명수
화재현장의 오아시스! 소화전은 모두의 생명수
  • 현재항 괴산소방서 대응구조구급과장
  • 승인 2019.04.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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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현재항 괴산소방서 대응구조구급과장
현재항 괴산소방서 대응구조구급과장

 

수년 전 미국 보스턴에서 소화전 앞에 불법 주차된 고가의 승용차량 운전석과 조수석 창문이 깨진 상태에서 소방호스가 관통된 장면을 담은 사진이 SNS와 인터넷 등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장면을 본 누리꾼들은 “이것이 상식이다.”, “소방서가 공권력으로 응징하는 것이 당연하다”라는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그 당시 차주는 주차위반 스티커와 함께 벌금을 납부해야 했지만 소방관에겐 보상의무가 없었다.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흔히 소방의 3요소를 인력, 장비, 용수로 함축할 수 있다.

이 중 소방용수는 화재를 진압하는 대원과 장비의 원활한 물 공급을 전달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소화를 위해 상수도의 급수관에 소방호스를 연결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소화전이다.

주로 주택가, 공업지역, 상업지역 등에 설치되어 있으며 최근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지역과 전통시장에는 호스릴 설비와 펌프가 포함된 비상소화장치가 있어 화재발생 초기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는 출동한다. 물론 차량에 적재되어 있는 한정된 소방용수로 제압이 가능하다면 신속한 진화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대규모 화재는 다르다. 인근의 소화전을 활용해 원활한 용수 공급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때 불법 주·정차로 인해 소화전 인근에 소방차가 접근하지 못하고 소방용수 공급이 불가능해진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독자 상상에 맡기는 게 옳을 것 같다.

현행 소방기본법에는 소화전 주변 5미터 이내에 불법 주·정차를 하게 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난해 개정된 25조에는, “소방활동에 방해되는 주차, 또는 정차된 차량 및 물건 등을 제거하거나 이동시킬 수 있다” 라고 명시됐으며 강제처분도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차량을 제거하거나 파손한 사례보다도 화재진압 중인 소방차 때문에 주차된 차량이 못 나간다며 이동 주차를 요구받는 사례도 있다.

또한 소화전 주변 불법 주·정차 차량 단속은 소방공무원이 하고 과태료 처분은 지자체에서 처리하는 이원화된 업무 특성 상 민원발생 등 적극적인 단속에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그렇다고 주변의 수많은 소화전 앞에서 주·정차 차량을 단속하겠다고 마냥 지켜볼 수만도 없는 실정이다.

교통 선진국에서는 시민들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바퀴에 잠금장치를 하거나 견인하고, 영국은 혼잡 구역에서 60만파운드(약 8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한다.

일본은 주·정차 금지 장소에 주차할 경우 최고 1만5000엔(약16만원)의 범칙금을, 프랑스는 최고 1500백 유로(약18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지난해 강원도의 모 119안전센터 차고 앞에는 해맞이 관광객의 불법 주·정차로 인해 소방차가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사례가 있었다. 만일 이때 화재가 발생했다면 소방 차량은 골든타임이 훨씬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을 것이다.

소화전 앞 불법 주·정차도 마찬가지다. 항시 화재에 대비해 소방차량이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문제에 대한 총제적인 개선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화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소화전은 `화재 현장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국민은 소화전은 생명수라는 점을 새롭게 각인하고 선진국 국민으로서 올바른 시민의식을 갖추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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