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둥지증후군
빈둥지증후군
  •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 승인 2019.04.10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요즘 미세먼지로 하늘이 잿빛으로 뒤덮인 지 오래되었다. 봄은 내 귀에 대고 희망을 속삭이건만 내 마음은 온통 잿빛으로 물들어 있다. 며칠째 기분이 가라앉아 무엇을 해도 즐겁지가 않다.

언제부터인가 자주 우울해졌다. 우울한 정도가 일주일 이상 지속될 경우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전문가의 얘기를 들었다. 남에게 빈틈을 보이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던 내가 요즘 해야 할 일을 뒤로한 채 집에만 있는 날이 많아졌다.

무릎 나온 바지에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며칠째 밖에도 나가지 않고 있다. 그동안 중요하게 느꼈던 일들이 아무 소용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힘이 되었던 가족조차도 어느 순간 짐처럼 느껴져 귀찮았다.

먼 하늘만 멍하니 보는 날이 많아졌고 갑자기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나는 점점 나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들었다. 타인의 시선쯤은 개의치 않은 지 오래다. 자는 시간도 아까워서 무언가를 하며 움직였던 내가 요즘 귀차니즘에 빠져 있다.

빈둥지증후군이라는 병이 있다. 빈둥지증후군은 살아온 나날들에 대한 후회, 우울감, 상실감은 물론 무기력감이 생긴다. 이러한 현상은 남편과 자식들에 대한 원망으로 변해 자식에게 짜증이 늘고 남편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하기 쉽다고 한다. 뒤에서 묵묵히 살아왔던 날에 비해 눈에 보이는 것들이 없을 때 더 절망감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바쁘다는 이유로 부부간의 대화도 없어지고 무관심해지며, 자식들은 커갈수록 각자 독립의 길을 밟아가게 되면서 세대 차이를 이유로 상대해 주지 않게 된다. 그 순간 삶의 보람이었고, 애정의 보금자리라 여겼던 가정에 빈 둥지만 남고 자신은 빈 껍데기 신세가 되었다는 심리적 불안에서 오는 병이란다.

이러한 감정은 50대 전후의 나이가 되면 누구나 겪게 되는 어려움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에 가족들의 반응은 아내나 엄마가 그저 짜증이 늘었다고 생각하고 하나의 질환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바람에 꽃비가 휘날린다. 떨어지는 꽃잎에 무거워진 마음을 실어 보낸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듯하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세상을 보니 마음이 편해진다.

이제 가족을 위한 희생의 삶이 아닌 나를 찾기 위한 삶으로 바꿔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마음이 힘들다 느낄 때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고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을 땐 주위를 둘러봐야 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존재의 가치도 깨닫게 되는 지혜로움이 생기게 되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