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인문교양서 비문학을 권한다
청소년을 위한 인문교양서 비문학을 권한다
  • 이헌경 진천여중 사서교사
  • 승인 2019.04.0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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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이헌경 진천여중 사서교사
이헌경 진천여중 사서교사

 

학년 초, 학교도서관 운영 계획과 독서 교육 계획 수립을 마치면 도서관 이용교육과 동시에 신간도서 구입을 준비한다. 이용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분석해 본교 특성 및 교육과정에 적합한 도서들을 확보해야 하는 고도의 섬세함과 분석력, 신중함이 필요로 하는 일이다. 평소 대화를 통해 파악해 두었던 학생과 교직원의 관심과 요구 사항, 교과별 수행평가 및 수업 활동 내용, 대출 통계 및 독서 프로그램 등을 바탕으로 필요한 장서를 확보하기 위해 목록을 신중하게 작성한다.

학교도서관은 `주제별 장서 구성 비율'에 맞춰 장서를 갖추도록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진천여중 학교도서관의 활용 통계를 살펴보면 문학류에 국한되는 특징이 있다. 총류, 철학, 종교, 사회과학, 자연과학류의 도서는 학생들에게 거의 활용 되지 않았다. 사서교사로서 주제 편독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지만, 여중생의 특징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3월 한 달 동안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은 책은 `돌이킬 수 없는 약속(야쿠마루 가쿠 글)'이었다. 이처럼 학생들은 히가시노 게이고, 애거서 크리스티 등 추리·범죄 소설과 `트와일라잇'같은 로맨스 판타지 장르를 선호한다. 문학성을 갖춘 작품이라면 고민스럽지 않다. `문학적 완성도가 낮지만, 학생들의 요구가 높은 소설들을 학교도서관 장서로 갖추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해 사서교사들과 나누었던 고민이 다시 생각난다.

요리, 뜨개질, 패션 등 실용서에 대한 자료 이용은 다소 있는 편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에 접근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하여 오늘은 청소년 인문 교양서를 한 권 제안하고자 한다.

한겨레신문 경제부 기자로 경제 정책을 취재하고 있지만 큼직한 숫자나 복잡한 그래프보다는 소금 몇 그램과 약간의 허브를 넣어야 하는 섬세한 요리를 더 좋아하는 권은중의 `요리 인류사'이다. 철수와 영희 출판사의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의 13번째 이야기로 음식으로 바라본 지구의 역사와 인류사를 다루고 있다. 그리스로마신화를 들어 본 적 있고 `곰브리치 세계사'를 읽은 학생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 감각에 살짝 못 미치는 디자인과 구성은 누군가 추천을 하거나 필요 때문에 찾아보는 것이 아니라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한다. 그런데도 인문적 지식, 폭넓은 상식과 교양을 갖추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마치 `커피의 역사', `빵의 역사'처럼 특정 주제를 심도있게 다룬 교양서의 축소 합체판 같다. 음식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들려줌과 동시에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이 무엇이며 어떠한 음식을 먹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까지 함께 안겨 준다. 총서명 그대로 청소년들 혹은 아직 비문학이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읽기에 적합한, 두껍지 않은 인문 교양서다. 괜찮다면 살짝 욕심내어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함께 읽어보기를 권해 본다.

철수와 영희 출판사는 어린이와 청소년, 어른을 위한 인문·사회·생태 도서를 펴내고 있다. 누구나 편하게 부르던 철수와 영희라는 이름처럼 친숙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을 만들고 있다. 청소년 인문 출판사가 많지 않다.`출판사는 판매량과 함께한다.'라는 말이 거짓은 아닌가 보다. 소설, 위로와 힐링 수필에 머무는 청소년을 위한 제대로 된 인문 교양서를 꾸준하게 출판해주길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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