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의 횡포에 피멍드는 乙 … 직장 내 괴롭힘 심각하다
甲의 횡포에 피멍드는 乙 … 직장 내 괴롭힘 심각하다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9.04.08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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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硏, 만 20 ~ 50세 근로자 2500명 조사 결과
66.3% 괴롭힘·피해 경험 … 가해자 대부분 상급자
파견·용역·특수고용직 등 외부업체 직원 더 심해
7월 방지법 시행… 소규모 사업장 제외 등 사각 여전
첨부용. /그림=뉴시스
첨부용. /그림=뉴시스

 

청주 한 제약회사 내 외부용역 경비업체에서 일하던 A씨(70)는 지난달 겪은 일만 떠올리면 몸서리가 쳐진다. 제약회사 40대 간부로부터 모욕에 가까운 `괴롭힘'을 당한 탓이다.

괴롭힘은 A씨가 밀고자(?)로 찍히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직 근무를 서던 40대 간부가 무단 외출한 사실이 상부에 알려진 게 발단이었다.

이 간부는 본인이 무단 외출 한 당일 경비 근무자였던 A씨를 상대로 온갖 패악을 부렸다. 수위는 폭행부터 폭언, 협박, 사직 종용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꼽기 어려울 정도로 심했다.

결국 견디다 못한 A씨는 제약회사 간부를 상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할 수밖에 없었다.

`직장 내 괴롭힘'이 횡행하고 있다. 상하 관계를 악용해 횡포를 일삼는 이른바 `갑(甲)'이 여전히 득세하는 까닭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와 제도적 규율 방안'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만 20세 이상~50세 미만 근로자 2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한 결과, 과거 5년간 직장 내 괴롭힘 직접 피해 경험은 66.3%에 달했다. 가해는 대부분 상사나 선배 등 상위 직급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신체적인 괴롭힘을 당한 인원도 상당수였다. 응답자 중 33명이 피해를 호소했는데, 폭행이 57.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물건 등으로 공격', `폭언·욕설·위협적 발언과 동반된 신체 폭행'이 각각 12.1%, `신체 위협·강압적 행동'이 6.1% 순이었다.

연구진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배경 중 하나로 국내 노동시장 구조를 꼽았다. 장기간 경기 불황에 따른 고용악화가 가혹한 직장 환경을 만들어냈다고 보는 시각이다.

기저에는 상시적 구조조정이나 노동력 외주화, 고용 경쟁, 노동현장 내 법적 규율 무력화와 같은 고질적인 문제가 깔려있다.

연구진은 “상급자 및 동료로부터 평가를 받는 성과주의 평가 체계 확산에 따라 근로자는 직장에서 발생하는 불이익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자리 잡게 됐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간접고용과 같은 특수형태로 근무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괴롭힘이 끊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실제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가 최근 접수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제보 2만5000건 중 상당수는 정규직 상사가 파견직·용역직·특수고용직 등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상대로 행하는 경우였다.

충북으로만 한정해도 특수고용형태 근로자에 대한 갑질 횡포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앞서 2016년 청주지역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미화·경비담당자가 청소 노동자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 수사가 이뤄진 바 있다. 그는 수년간 일자리가 아쉬운 고령의 청소 노동자에게 명절이나 인사시기 때마다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부터 `을'일 수밖에 없는 고용 형태 탓에 수많은 근로자가 갖은 수모를 겪고 있는 셈이다.

올해 7월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소규모 사업장(5인 미만)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데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마저 뚜렷하지 않다.

법적 테두리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총괄스태프는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할 수 있는 법이 시행되는 건 괄목할 만한 일이지만, 소규모 사업장이나 가해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공란'이다”며 “법 테두리 밖 사각지대는 노동부 등 관련 기관이 선제적으로 나서서 살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준영기자
reas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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