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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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4.0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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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
임성재 칼럼니스트

 

지난달 25일,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최로 `청주테크노폴리스 지구 유적보존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청주테크노폴리스로 불리는 개발단지는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일대에 1, 2차 지구개발이 끝났고, 송절공과 신봉동에 걸친 3차 지구개발이 고시된 상태다.

이 토론회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기 전까지는 청주시의 외곽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도시개발이 이뤄지고 있고,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의 마찰이나 백제시대의 유물이 대규모로 출토됐다는 소식을 보도를 통해 간간이 접했을 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자료를 준비하면서 놀라움과 자책감에 빠져 들었다. 2008년부터 시작되어 이미 아파트가 들어서고, 깡통 집 같은 유물관이 형식적으로 지어지고, 어마어마한 마한시대와 백제시대의 유적들이 아파트 숲에 의해 파괴되고 매장되어 버렸는데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일상을 살아 왔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소중한 유적들이 사라져 버린 것에 분노했다. 우리나라의 문화재 보호정책에 분노했고, 그동안 청주시가 보여준 문화재에 대한 저급한 인식을 질타했다. 성정용 충북대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청주테크노폴리스 주변 지역은 마한과 초기 백제유적지로 유적의 가치나 규모에서 전국 최대로 역사의 뿌리이기도 하다”며 “이제라도 개발과 보전에 대해 지역사회가 같이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라고 밝혔다.

1차 부지에서만 550여 집터가 나왔다고 한다. 이렇게 대규모로 군집된 집터발굴은 드문 예로 고고학 연구에 귀중한 자료일뿐더러 이 지역의 뿌리를 연구하는 귀중한 자료다. 그런데 눈앞의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거대한 고대도시의 유적을 파괴하고 땅에 묻어버린 것은 역사에 대한, 문화에 대한 만행이다.

청주시는 민간업체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시행하는 개발인 만큼 간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청주의 역사적 뿌리이며, 우리나라 고대사연구의 귀중한 유적이 아무런 보존대책 없이 파괴되도록 묵인하는 것만으로도 청주시민의 재산과 문화적 유산을 지키고 가꿔야할 책임이 있는 지자체로써는 직무유기다.

그런데 청주시가 이 개발 주체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는다. 청주테크노폴리스의 개발업무를 추진하는 업체는 주식회사 청주테크노폴리스 자산관리인데, 청주시는 20%의 주식을 소유한 2대주주다. 그리고 이 업체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대표이사를 청주시장이 청주시에서 퇴직한 공직자들을 임명해왔고, 이 업체의 주요 임직원은 청주시 공무원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회사를 민간기업이라서 간여할 수 없다는 청주시의 태도는 직무유기를 넘어 이들과의 적극적인 결탁이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시행하려는 청주테크노폴리스 3차 지구는 신봉동의 백제유적과 이어지는 더 큰 유적지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 지역 역사의 뿌리를 간직한 고대유적과 유물을 경제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현대를 사는 우리가 뭉개버릴 권리는 없다.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앞으로의 청주테크노폴리스의 개발추진은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참여가 이뤄진 가운데 논의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자연과 문화유산, 문화유적들은 우리만 향유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물려줄 귀중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회 참여하면서 투표한번으로 단체장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뒷짐 지고 있을 때 벌어지는 일들이 시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새삼 깨달았다. 청주시가 소각장의 도시가 되어버린 일이나, 지역의 역사적 뿌리가 송두리째 파괴는 일 등이 벌어지니 말이다. 결국 눈을 부릅뜨는 것, 공동체의 이익과 최선을 위해 감시와 견제의 눈초리를 부릅뜨는 것이 시민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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