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의 꿈
씨름의 꿈
  • 이태현 용인대 교수(KBS 씨름 해설위원)
  • 승인 2019.04.0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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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태현 용인대 교수(KBS 씨름 해설위원)
이태현 용인대 교수(KBS 씨름 해설위원)

 

지난해 11월 26일은 씨름인으로서 잊지 못할 날이다. 아프리카 모리셔스 수도인 포트루이스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정부간위원회 제13차 회의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신청한 씨름이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필자는 씨름인으로서 자긍심과 행복감을 맛보았다. 무엇보다 남과 북의 뿌리가 하나라는 것을 씨름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씨름은 서구사회에서 `레슬링(wrestling)'으로 불린다. 모든 민족이 자신들의 문화에 맞게 씨름이 존재할 만큼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으며, 우리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그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크라쉬, 몽골의 부흐, 일본의 스모, 스위스의 쉬빙겐, 세네갈의 란디 등 다양한 이름으로 그 국가와 민족을 대표하는 씨름이자 전통레슬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우리 씨름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31호로서 각종 문헌 등에 역사성이 명확하게 나타난다. 오랜 역사 속에서 명절에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민속스포츠이다. 여기에 씨름판 구성과 기술에 우리나라 기예로서의 독자성과 표현미가 남아 있어 세계무형유산으로서 인정받았다. 또한 씨름 세계화사업의 일환으로 각국에 씨름을 보급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누구나 승패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현대스포츠의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는 것은 씨름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이를 계기로 월드 노마드 게임(World Nomad Games)에서 세계 씨름인들에게 우리 씨름의 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러한 우리 씨름은 앞으로 두 가지의 과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남북한 공동등재에 따른 남북한씨름 교류의 활성화이고, 다른 하나는 국제적인 스포츠로서 세계화다. 남북한 씨름 교류는 남북한 화해를 위한 민속씨름의 교류이고, 세계화는 우리의 우수한 씨름스포츠를 세계에 보급하는 일이다. 이 두 가지의 과제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는 기회가 오는 8월에 개최되는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이다.

세계무예마스터십에 대한 기대는 크다. 고구려 고분벽화인 각저총에는 두 장사(壯士)가 씨름하는 벽화가 인상적으로 그려져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와는 다른 서역인이다. 건립시기가 4~5세기경으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의 씨름경기는 1500년만의 국제교류의 부활을 의미한다. 또한 이번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에서 남북한 씨름선수들이 함께 참여하고, 최근 몇 년간 씨름세계화를 위한 사업으로 씨름이 보급된 국가들의 선수들이 참여하는 대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우리 씨름은 제2의 도약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최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는 우즈베키스탄의 전통씨름인 크라쉬가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이것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 최근 대한씨름협회에서도 국제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국제위원회의 노력으로 세계무예마스터십뿐만 아니라, 아시안게임의 종목으로 채택되어 세계적인 천하장사가 나오는 꿈을 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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