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만 첨단농업 하나’ 정부가 답할 때다
‘영호남만 첨단농업 하나’ 정부가 답할 때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9.04.03 1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충북도가 지난달 28일 발표된 농림축산식품부의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 2차 공모에서 탈락하자 발끈했다. 엄밀히 말하면 스마트팜 혁신밸리 공모는 연중 수 많은 정부의 공모사업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런데 충북도가 이례적으로 발끈했다. 왜일까.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은 최첨단 유리온실 단지 조성사업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충북지역 공약 중 하나인 `미래 첨단농업 복합단지(교육·연구·체험) 조성'과 매우 흡사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공모에서 전남(고흥), 경남(밀양)을 대상지로 선정해 발표했다. 지난해 8월 1차 공모에서 전북(김제), 경북(상주)을 선정한 것까지 포함하면 경상남북도와 전라남북도 한 곳씩을 선정한 결과가 됐다.

1·2차 공모 결과를 보면 “선정된 4곳이 모두 경상·전라도 특정지역에만 편중시켜 지역 간 불균형을 더욱 심화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우려한 충북도의 반발이 이해가 간다. 지방자치단체가 정부를 향해 완곡한 표현으로라도 서운함을 표출하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도의 실망감을 이해하기 충분했다. 속내는 `영호남만 첨단농업 하나'라는 다소 강한 반발로 풀이됐다.

도는 이번 공모에 제천 천남동 일원을 후보지로 응모했다. 도는 지난달 22일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제천으로 유치하기 위해 9개 기관·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도의 서운함 표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지난 1일 월례 직원조회에서 직원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이 지사는 이날 “서류를 아무리 잘 만들었어도 성의가 부족하면 점수를 받을 수 없다”며 “공모를 진행하는 중앙부처 직원과 심사위원들에게도 성심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어가 생략된 질책이지만, 스마트팜 혁신밸리 공모 탈락의 서운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 지사는 이 자리에서 중앙부처의 공모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중앙 정부에 공모 제도 개선을 강력히 건의하라”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지난 2009년 첨단의료복합단지(첨복단지) 분산 배치 결정 과정이 떠오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당시 식약청) 등 6대 의료 관련 국책기관의 이전이 예정될 정도로 국내 바이오산업 중심지로 평가되던 충북(오송)이 차점으로 탈락할뻔 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실세는 누가 뭐래도 영포(영남+포항)라인이었다. 당시 첨복단지 선정에서 충북에 비해 바이오산업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했던 대구·경북이 1위로 결정됐다. 애초 계획에는 1곳만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정책이었지만,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난을 면키 위한 정부의 선택이었는지는 몰라도 충북은 차점자로 공동 선정됐다.

10년이 흐른 지금 충북은 여전히 바이오산업을 첫 손가락에 꼽고 육성 중이다. 하지만 그 사이 대구는 로봇산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바꿨다. 정치적 결정은 공모사업의 본질을 흐린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공모에서 탈락한 충북도의 심정과 반발이 이해가 간다.

농림부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공모는 더 이상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미래 첨단농업 복합단지 조성'을 충북에 약속했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정부가 답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