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화전에 두견주 한잔 어떨까
진달래 화전에 두견주 한잔 어떨까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19.04.0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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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계집애야 진달래야 산진달래야/ 연분홍 치마저고리 흰 속옷으로/ 산자락 바람결에 흔들리느냐/꽃 따먹고 취한 사내 산사내를/ 진달래야 계집애야 어이할거나

진달래야 계집애야 산진달래야/ 네 옷은 어디 두고 맨몸뚱이로/ 네 맘은 어디 두고 빈 몸뚱이로/ 참꽃 먹고 취해 죽은 산사내를/ 계집애야 진달래야 어이할거나



홍해리 시인의 북한산 진달래라는 시이다. 시인이 말한 것처럼 진달래꽃 먹으면 취할까? 취해서 죽을 수 있을까?

진달래는 같은 형제들인 철쭉이나 산철쭉과 달리 잎이 피지 않은 상태에서 꽃이 먼저 피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시인은 `네 옷은 어디 두고 맨몸뚱이로/ 네 맘은 어디 두고 빈 몸뚱이로'라고 읊고 있다. 꽃 색은 토양에 따라 연한 분홍에서 좀 더 진한 분홍색을 띠기도 하는데 시인은 연분홍 치마저고리 흰 속옷이라고 표현했다. 철쭉이나 산철쭉과 달리 진달래꽃잎으로 두견주를 담거나 화전을 부쳐 먹을 수 있다고 참꽃이라고도 한다. 정말 진달래꽃에 독이 없을까?

만병초를 비롯한 진달랫과 식물에는 안드로메토톡신이라는 유독물질을 가지고 있다. 이 독은 사약의 재료로 사용했던 투구꽃에 들어 있는 독과 특성이 비슷하다. 그 독성분 때문에 취할 수 있고 심하면 참꽃 먹고 취해 죽은 산사내처럼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다만 철쭉이나 산철쭉에 비해 양이 적어서 조금 먹어도 크게 탈이 나지 않는다. 화전을 만들 때 꽃술(암술, 수술)을 떼어내고 꽃잎만 사용한다. 풍류를 즐기는 사람들이 좋아했다는 두견주를 빚을 때에도 꽃잎만 사용한다. 이는 수술 끝의 꽃밥에 독이 더 많다는 것을 옛사람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같은 독이라도 사람에 따라 민감한 정도가 다르다. 이 진달래 독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라면 화전이건 두견주건 먹지 않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시인은 알았을까? 진달래꽃에도 독이 있다는 것을?

매일같이 지나가는 내 고향 피발령. 예전 같으면 굽이굽이 산수화 병풍 펼쳐 놓은 듯한 풍경이었을 텐데. 여기저기 쥐 파먹은 것 같은 벌목과 도로 주변의 잡목 제거 덕에 진달래꽃 찾기가 보물찾기보다 힘들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이 가슴에 품어왔고 앞으로도 늘 곁에 있을 것 같던 진달래. 성공한 산림녹화 덕분에 키 큰 나무에 밀리고 이제는 지구온난화로 더 이상 이 땅에 살기 힘들어지는 것일까?

시골집 뒷동산 또한 마찬가지. 산허리 뚝 잘라 만든 농로. 가파른 언덕에 진달래 여남은 포기. 키 큰 소나무에 제자리 주고 길가로 밀려 한 줌 흙을 부여잡고 축 늘어져 가냘픈 꽃 몇 송이 피웠었는데, 긴 가지가 거추장스럽다고 제초제 맞고 앙상한 가지만 남겼다.

안타까운 마음에 자세히 찾아보니 서너 포기 힘겹게 새싹을 밀어내고 있다. 너라도 살려야겠다 싶어 시골집 마당으로 이사시켰다. 새 보금자리 맘에 들지 모르겠지만 잘 자라줬으면 좋겠다. 이놈 흐드러지게 피면 화전 부쳐 두견주 한잔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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