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
국민 눈높이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04.01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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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장관 후보자들의 국회 청문회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국민 눈높이'라는 복합명사다. 31일 윤도환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 사실을 공식 언급하면서 이 말을 사용했다. 그는 “후보자의 자격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논의 끝에 후보 지명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앞서 27일에는 조동호 후보자 자신이 직접 그 말을 꺼냈다. 국회 인사 청무회 자리에 출석한 그는 의원들이 미국 유학 중인 장차남에대한 거액의 유학비 송금, 해외 출장 명목의 자녀 졸업식 참석 등 문제를 추궁하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드립니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의 결정적 사유는 해외 부실 학회에 참석한 때문으로 보인다. 윤도환 수석이 “해외 부실 학회 참석이 사전에 확인됐다면 후보 대상에서 제외됐을 것”이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물의를 빚게 된 학회는 2017년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9회 세계 바이오마커 콩그레스'다. 이 학회는 해적 학술단체로 꼽히는 인도계 단체 `오믹스'가 깊숙히 관련돼 있다.

하지만 이 학회 참석 여부에 관계 없이 조 후보자는 이미 국민 눈높이에서 벗어나 있었다. 자녀의 `호화 유학' 지원과 해외 출장을 가장한 자녀 졸업식 참석 등 청문회 때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그의 낙마는 당연시 됐다.

특히 `호화 유학'이 지적됐을 때 그의 발언은 국민의 어안을 벙벙하게 했다. 한 의원이 미국 유학 중인 장남에게 3400CC짜리 포르셰 자동차를 사주고, 월세 240만원 짜리 집에서 살고 있음을 지적하며 고액 유학비의 출처를 따져 묻자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올려받았다”고 답한 것이다. 야당 의원은 그에게 `황제 유학을 시키고 있다'고 비꼬았다.

해외 출장을 빌미로 자녀들을 만나기 위해 공금으로 사실상 `여행'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414일, 1년에 69일 동안 해외 출장 길에 올랐다. 그런데 출장지가 모두 그의 장남과 차남이 유학 중인 미국 보스톤과 샌디에이고였다. 해외 출장 중 부인과 함께 장남의 석사 학위 입학 및 졸업식에 참석한 사실도 드러났다. 공사를 구분하지 않은 장관 후보자에게 국민 눈높이는 당연히 맞지 않았다.

청와대가 여전히 국민 눈높이에 초점을 못 맞추는 분위기다. 조 후보자의 지명 철회가 있은 후 1일 윤도환 수석이 이런 말을 했다. “조 후보자의 아들이 포르셰를 갖고 있었다고 하는데 3500만원이 채 안된다. 미국에서 3500만원 짜리 벤츠, 포르셰를 타는 게 무슨 문제냐”

허탈하다. 국민은 그걸 탓하는게 아니다. 자녀들에게 포르셰를 타고 월세 240만원 짜리 집에 살게하면서 유학비로 9년간 7억여원(63만 달러)을 지원해 준 아버지. 차값이나 증여세 논란을 떠나 과연 고금을 통틀어 국민 정서에 맞는 공직자의 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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