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청문회 언제까지 봐야하나
이런 청문회 언제까지 봐야하나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9.03.31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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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청문회에 선 장관 후보자들은 한결같이 국민 눈높이나 국민 정서를 들먹이며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법은 아니라고 강변했다. 사과가 아니라 투정으로 들렸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처신을 했으니 미안하긴 하지만, 법을 어기지도 않았는데 장관 자격을 문제 삼는 것은 너무하다는 항변처럼 들렸다.

청와대가 어제 조동호 과기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했다.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다. 청와대는 “청문회에서 제기된 부동산 관련 문제 등을 무겁게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7대 배제 기준을 준수했지만, 국민의 눈높이에는 미흡했다”고 사과했다. 브리핑장에서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렇게 말했다. “능력 있는 전문가를 모시려 할 때 꼭 등장하는 흠결이 있다. 그것 때문에 7대 배제 기준을 세웠지만, 그걸 통과하더라도 국민정서에 안 맞는 부분이 있다. 그런 걸 다 배제하면 제대로 능력 있는 분을 모실 수 없겠다는 판단이다”. 국민 눈높이를 맞추다가는 능력 있는 인물을 영입할 수 없다는 말이자, 국민 눈높이가 너무 높다는 은근한 타박으로도 들린다. 그동안 부정적 여론을 무릅쓰고 발탁한 그 능력자들이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묻고 싶어진다.

사퇴한 최 후보자는 아파트 3채를 보유하며 23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지난달 살고있는 집을 돌연 딸 부부에게 증여한 후 임대차 계약을 하고 매월 160만원을 월세로 주고 있다고 한다. 다른 집 자식들은 평생 벌어도 갖지 못할 집을 부모에게 물려받고 거기에 더해 한 달 160만원의 용돈까지 받는 새로운 금수저의 출현은 우울한 화젯거리가 됐다.

역대 정부가 주택보급률 개선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가구의 44%(2017년)가 남의 집에서 살고 있다. 정책실패의 배후에는 최 후보자 같은 사람들의 탐욕이 한 자리를 차지한다. 더욱이 그는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어찌 보면 부진한 정책에 책임을 져야 할 인물이기도 하다.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사과에 그쳐야 할 사람이 아닌 만큼 그의 자진 사퇴는 당연한 귀결이다.

낙마한 조 후보자도 부동산 문제에 아들의 취업 특혜와 호화 유학, 부적절한 해외출장 등 의혹이 줄줄이 불거져 청문회 내내 난타딩했다. 두 아들 미국 유학에 7억원을 쓰고 포르셰 등 고급 자동차를 사줬는데, 이 돈은 전세금을 올려받아 마련했다고 한다. 세입자를 옥죄는 건물주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그가 부실한 국제학회에 참석한 것이 지명 철회의 결정적 계기라고 했지만 국민은 다른 흠결들에서 그를 부적격자로 보고 있다.

나머지 후보자들도 `오십보백보'라는 비판을 받는다. 진영 행안부 장관 후보자는 재개발이 예정된 자신의 지역구에서 이른바 `딱지 투기'를 벌여 20억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올렸다고 한다. 배우자 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여 고급 아파트와 상가 분양권을 받은 것이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바로 전날에서야 미루던 6500여만원의 소득세와 증여세를 납부했다.

이번 청문회에 등장한 장관 후보자 7명 중 4명이 다주택자이다.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부동산 의혹을 질타한 국토위 소속 국회의원 30명 중 13명도 다주택자다. 똥 묻은 개와 겨 묻은 개들이 공방을 벌인 격이다. 돈 앞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치열한 삶을 살아온 이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수립해 추진할 것으로 믿을 국민은 없다. 그들은 청문회에서 기만과 위선으로 국민의 눈높이를 희롱했다.

서민이 서울에서 집(하위 20% 가격대)을 한 채 구입하려면 버는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1년 동안 모아야 가능하단다. 주거비와 식비 등 필수 생활비를 써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서민들은 평생을 저축해도 서울에서는 내 집 마련이 가물가물하다는 얘기다. 서민들이 평생을 모아야 할 집값을 몇 년 만에 앉아서 버는 사람들의 진기명기 경연대회는 이제 없앴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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