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살아보기
거꾸로 살아보기
  • 이수한 신부 음성 매괴여중·고 교장
  • 승인 2019.03.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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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이수한 신부 음성 매괴여중·고 교장
이수한 신부 음성 매괴여중·고 교장

 

우리 가톨릭교회에는 전례력이라는 것이 있다. 예수님의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시기를 시작으로 성탄시기,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시기, 부활시기, 그리고 그 외의 시기를 연중시기로 하여 전례력이 구성되어 진다.

지금은 사순시기이다. 사순시기는 말 그대로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 즉 40일을 의미한다. 40일간 비를 내려 타락한 세상을 정화했다는 노아의 방주 사건이나 공생활을 시작하기 전 40일간 광야에서 단식하며 기도하셨다는 예수님의 행적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하겠다.

신앙인의 사순시기의 삶은 거꾸로 사는 삶이 아닌가 싶다. 세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좋은 것을 뒤로하고 오히려 싫은 것을 선택해 사는 삶 말이다. 사순시기에 자주 등장하는 단식, 금육, 희생, 극기, 십자가, 고통, 죽음 등만 보아도 그렇다 하겠다.

사실 세상에는 삶과 죽음을 시작으로 부와 가난, 높고 낮음, 군림과 섬김, 사랑과 미움, 똑똑함과 어리석음,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겸손과 교만 등 대치되는 수많은 가치가 존재한다. 사람들은 그 가운데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고 집중하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 많은 희생을 감수하곤 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추구하는 것이라 해서 반드시 그것이 좋은 것만도,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만도 아니다. 많은 사람이 배부름을 추구하지만 오히려 단식을 통한 한 끼의 배고픔이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면 그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요 의미 있는 삶이라 하겠다.

누구나 어린 시절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뒤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다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의 모습에 신기해했던 그런 기억 말이다. 또 산토끼 노래를 거꾸로 부르며 신나 했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평소에 추구했던 것들을 내려놓고 그동안 돌아보지 않았던 것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아닌가 싶다.

등산을 즐기기 위해 산을 소유할 필요는 없다. 아플 때를 대비하여 병원을 가질 필요도 없다.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인생을 허비하기보다는 향유 하며 살아가는 여유로움, 높아지기 위해 발버둥치며 많은 적을 만들기보다는 섬김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을 줄 아는 지혜, 아집에서 벗어나 소통하며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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