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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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 승인 2019.03.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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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무료하고 의욕이 더 떨어진다. 문득 언젠가 들었던 TV 강연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강의가 생각이 났다. 잠깐이라도 보면 뭔가 기분 전환이 될 것 같았다. 컴퓨터로 검색해 보기로 했다. 15분 강의로 진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그 짧은 시간에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일까? 반신반의였다.

하하하! 나도 모르게 혼자서 소리 내어 웃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도 남들처럼 큰소리 내어 웃을 줄 아는구나! 그런데 왜 웃으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을까?

딸아이가 친구들과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깔깔대는 것을 보고 시끄럽다고 야단치기도 했지만, 그때가 좋을 때라는 걸 나는 안다. 나도 학창 시절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터져 나오던 소녀였었다. 한 번 웃음주머니가 터지면 쉽게 웃음이 그치지 않을 정도였다. 학창시절 이후 나는 큰 소리 내어 웃은 적이 별로 없다. 아니 웃을 일을 찾지 못했다는 편이 더 맞는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 행복하다는 생각조차도 잊고 살았다.

원칙을 중요시 생각했고, 늘 무엇인가에 쫓기며 모범생의 틀에서 살아야 했던 내 삶은 늘 긴장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몇 년 전 이석증을 앓았던 적이 있다. 이석증은 완쾌되는 병이 아니다. 조금만 신경 쓰거나 일이 힘들면 곧 재발한다. 일에 목숨을 걸었던 내게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같았다. 조금만 무리하게 일을 하면 몸이 먼저 반응을 하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이후 나는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고 모든 것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었다.

그동안의 나의 삶은 다른 사람을 위한 삶에 초점이 맞추었던 것 같다. 나를 희생하고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혹여 나를 위한 삶을 살아볼까 하는 것조차 죄책감을 느끼면서 내면에 피해의식도 잠재되어 있었던 것 같다.

사춘기를 심하게 겪고 난 뒤, 내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지 못한 탓에 대한 허탈감이 모든 것을 옭아맸다. 이런 생각에 빠지다 보니 우울증이 생겼다. 벗어나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얼마 못 가서 다시 절망의 늪으로 빠져드는 나와 마주친다.

김창옥 교수의 강연을 들어보니 인간의 인생에는 열정기, 권태기, 성숙기 세 가지 단계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열정이 심했던 사람이 권태도 더 심하게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역시도 그동안 일에 대해 열정이 강했던 만큼 심한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강연의 내용은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영원할 거라고 믿던 열정기를 경험했고, 의미를 느꼈던 것들이 가치 없게 되는 권태기를 거쳐 우울의 단계에 서게 된다. 이런 경험을 많은 사람이 겪게 되지만 소수 사람만이 우울 단계를 극복한다고 한다. 나는 지금 우울의 단계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최근 의학에서 발견한 호르몬 중에서 새로 발견된 다이돌핀은 엔돌핀의 4천 배나 된다. 이는 좋은 노래를 듣거나 아름다운 풍경에 빠졌을 때, 전혀 알지 못했던 진리를 깨달을 때, 엄청난 사랑에 빠졌을 때 다이돌핀이 나온다고 한다. 우리 몸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때 느낄 수 있는 호르몬이다. 나에게서도 이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는 듯하다.

나는 새삼 깨닫게 되었다. 세상을 바꾸고,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시간은 15분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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