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고요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3.2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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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읽는 세상

 

오 규 원

라일락 나무 밑에는 라일락 나무의 고요가 있다
바람이 나무 밑에서 그림자를 흔들어도 고요는 고요하다
비비추 밑에는 비비추의 고요가 쌓여 있고
때죽나무 밑에는 개미들이 줄을 지어
때죽나무의 고요를 밟으며 가고 있다
창 앞의 장미 한 송이는 위의 고요에서 아래의 고요로 지고 있다

# 고요가 있다. 라일락 나무 밑에 라일락 나무의 고요가 있듯, 모든 사물은 잠잠하고 조용한 시간을 거느리고 있다. 작은 돌멩이도 고요가 있고, 나와 너에게도 나와 너의 고요가 있다. 눈으로 포착할 수 없는 세계를 시인은 `고요'라는 단어 하나로 세상을 하나로 엮어낸다. 위에서 아래로 지는 장미꽃의 고요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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