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버릇 여든 간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9.03.2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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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지난주 일본 교육신문은 일본 전국대학생협동조합연합회의 조사 결과 발표를 인용해 대학생의 독서에 고등학교까지의 독서습관이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이 조사는 2018년 10월에서 11월까지 웹상에서 질문에 응답하는 형식으로 실시하였으며, 일본 내 30개 대학의 1만 980명의 응답을 추출하여 분석한 결과이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대학생들의 하루 평균 독서시간은 30분 정도인데,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이 2시간 이상인 학생도 전체의 약 20%였지만, 1분도 읽지 않는다는 응답도 전체의 약 50%에 육박하였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고 하던가? 조사 결과 중 놀라운 것은 대학 입학 때까지 독서 시간을 묻는 항목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고등학교까지 책을 `전혀 읽지 않았다'고 답한 대학생의 74.0%는 현재 독서시간도 `0분'이었다. 또한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고등학교까지 장시간 독서를 한 대학생은 현재 독서시간도 긴 경향을 보였다.

그럼 우리의 독서 실태는 어떠할까? 가장 최근의 조사인 작년 발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은 평균 평일 23.4분, 주말 27.1분, 초, 중, 고등학생은 평일 49.4분, 주말 68.1분이다.

일본의 대학생을 우리나라 성인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주말 독서 시간과 일본 대학생의 독서 시간은 거의 비슷했다. 다만 우리나라 국민이 자신의 독서량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해 성인 59.6%, 학생 51.5%가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어 그만큼 독서를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의 인식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관심사 중 하나다. 작년 한 신문에 프랑스의 센-마리팀 지역의 한 중학교에서 점심 쉬는 시간 동안 약 15분의 의무 독서시간을 도입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정은 이러하였다. 학교의 카운슬러(우리나라의 진로진학상담교사)는 이 중학교에서 매일 독서하는 학생 비율이 10% 미만인 것을 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어 교사들과 함께 의무 독서 시간 도입을 추진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쉬는 시간에 해리포터 영화에 나온 음악이 알림 소리로 나오면 15분간 모두 조용히 독서를 하는 시간이 시작되는데, 학생은 물론이고, 선생님을 포함한 교직원 모두 교실, 복도 등 학교 내 여러 장소에서 책을 읽어야만 한다.

예상한 바와 같이 반응은 다양하였다.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학생들은 이 의무 독서 시간 도입 역시 선호하지 않았다. 또한 독서를 통해 상상력이 풍부해졌다고 응답한 학생도 있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멀티미디어에 익숙해진 학생들에게 책을 친숙하게 만든다는 면에서, 그리고 실제로 독서 시간 후 타 교과 수업에서도 학생들의 태도가 차분해졌다는 점을 들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한다.

어릴 적 등교하면 칠판에 큰 글씨로 `독서'라고 적혀 있었다. 아침 자습이 독서일 때가 참 많았다. 아마 그때의 독서를 프랑스의 한 중학교로 보면 의무 독서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의무라고 생각하지도 못하고 독서 삼매경에 빠졌던 덕분에, 책 읽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무엇인가의 기쁨과 유익을 깨닫고 그 행동을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기쁨과 유익을 깨닫지 못하더라고 좋은 행동을 실천하여 습관을 만든다면 그 또한 얼마나 귀한 일인가?

하루가 다르게 눈이 침침해지는 요즘, 잔글씨를 편히 읽을 수 있던 그때 더 많이 읽어둘 걸, 후회가 된다. 후회되는 때가 가장 빠른 때, 오늘도 늦은 밤 등불 아래 책을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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