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국민을 뭐로 보고”
“도대체 국민을 뭐로 보고”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3.2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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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선거가 돌아올 때만 국민이 보인다.

표를 의식할 때만 국민이 보이고 민생이 보인다.

한두 번도 아니고 정치인에 대한 병폐를 수없이 봤다.

그래도 희망을 놓을 수 없으니 정치인들에게 또 한 번 속는다.

지난 26일 정한중 과거사위 위원장 대행은 심야 출국을 시도했던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재수사를 검찰에 권고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전직 고위 검사가 우리 위원회의 조사에 협조는커녕 심야 0시 출국이라니요? 도대체 국민을 뭐로 보고 그러셨는지? 언제 어느 곳이든 깨어 있는 시민과 공직자들이 있다는 것을 잊으셨나요?”라고.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 김학의 전 차관뿐이겠는가.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올해 정부는 대대적인 개각을 단행했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지켜보기가 국민은 심적으로 불편하다.

일반 국민에게 들이대는 잣대는 너무 엄격하다 못해 숨이 막힌다.

주정차 위반 고지서가 날라와도 불안하고, 소득공제 금액을 줄인다는 소문만 들어도 가계부를 걱정한다.

그런데 정부의 2기 내각이 될 7개 부처 장관 지명자들은 한결같이 일반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상식선을 넘어선 이력으로 국민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장관 지명을 받지 않았으면 묻혔을 일들이 수두룩 쏟아지고 있는데 이들은 아주 간결하게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정리한다.

국토교통부 장관 지명자인 최정호 후보는 현 정부가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규정해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작 자신은 서울, 경기, 세종에 총 3채를 소유한 다주택자였다. 그는 지명되기 직전 딸 부부에게 아파트를 증여하고, 딸에게 160만 원의 월세를 주고 있었으니 대단한(?) 부정애를 보였다. 지난 25일 열린 국회청문회에서 최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고 경기가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장관 지명 전후 배우자가 세금을 뒤늦게 납부했고,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딸의 교육을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후원금 부당 공제 의혹이,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장남에 대한 부당채용 압력 의혹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엔 5대 기준(위장전입,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부동산·주식 투기, 논문 표절) 관련자를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유는 1기 내각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앞세워 임명을 강행했다.

이후 지난 2017년 11월 7대 기준(5대 기준에 음주운전과 성 관련 범죄 추가)을 발표했지만 올해 지명한 2기 내각 장관 후보자들에게 적용할지도 의문이다. 자식을 위해 위장전입을 했던 유은혜 국회의원이 교육부 장관을 맡고 있는데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최근 구두 논평을 통해 “7대 기준이 검증 기준이 아니라 `면죄부 기준'이란 걸 또 목격하는 것이 씁쓸하다”며 “국민을 우롱하는 허울뿐인 기준은 폐기처분돼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벌써 11명의 임명 강행이 있었다”며 “염치가 있으면 또다시 밀어붙일 생각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관 후보자를 대상으로 한 청문회를 지켜보며 기대는 못 할 망정 한숨이 나오지 않길 바랐는데 이번에도 그른 모양이다.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는 것조차 이젠 입신양명을 위한 통과의례가 돼버렸으니 혀를 찰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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