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총무! 내 안의 그놈
박 총무! 내 안의 그놈
  • 박성진 봉명2송정동주민센터 주무관
  • 승인 2019.03.2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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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박성진 봉명2송정동주민센터 주무관
박성진 봉명2송정동주민센터 주무관

 

얼마 전 영화를 봤다.`내 안의 그놈'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영화다. 영화는 잘 나가는 엘리트 조폭인 아재 판수(박성웅)와 고등학생 동현(진영)의 몸이 바뀌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판수는 동현의 몸으로 첫사랑 미선(라미란)과 존재도 몰랐던 딸 현정(이수민)을 만나게 되자 좌충우돌하며 시쳇말로 대유잼(`대(大)'와 `유(有)'와 `재미'의 합성어로, 엄청나게 재미있다는 뜻)의 향연을 보여주면서 결국은 진정한 삶의 행복을 찾아가게 된다.

영화는 영화다. 우리는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누구나 역할 바꾸기를 꿈꾼다. 물론 지금의 나보다 나은 사람으로 바꾸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가 아니다. 똑같은 무료한 일상의 반복으로 오늘도 지친 나를 대면하게 된다. 이 지긋지긋한 현실을 도피하고 다시 태어나는 헛된 꿈만 꾸다 또 다시 아침에 꾸역꾸역 출근이 연출된다. 미장센이 뻔히 예상되는 스토리다.

3월 어느 아침이다. 내 안에 박 총무가 보인다. 봉명2송정동 총무 역할로 6개월간 고군분투 끝에 보이기 시작한다. 박 총무는 임시직이지만 지금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청주시청 공직자 3800여 명을 비롯해 봉명2송정동 주민 2만6000여 명과 직능단체 300여 명이 찾는다. 그러면 박 총무는 나타난다. 고(故) 김주혁이 주인공으로 열연한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 반장이다'의 홍 반장이 박 총무이다.

아침에 일어나 보다 나은 사람과 역할이 바꾸어지기를 바라는 헛된 꿈을 꾸기보다는 현실의 자신에게서 두 가지 이상 역할을 분화하자. 역할 분화에서 소소한 가치를 만들어가자. 필자는 이른바 박 아들, 박 남편, 박 아빠, 박 총무.

총무는 조직 전투력의 핵심이다. 총무란 사전적으로 어떤 기관이나 단체의 전체적이며 일반적인 사무 또는 회(會)의 사업을 담당하는 실무책임자로서 주로 다음과 같은 일을 한다. 1. 총회나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회장의 위임 아래 실행한다. 2. 각 부서를 총괄 지휘해 사업 목표를 달성한다. 3. 각 부서의 회의를 주관하고 사업 계획을 작성해 보고한다. 4. 사업 진행 사항과 결과를 보고한다. 5. 부서 간의 상호 협조와 활동을 지원한다. 사전의 의미를 봐도 총무는 조직의 모든 일에 관여한다. 현실은 더 하다.

박 총무는 바쁘다. 아침에 출근해 먼저 봉명2송정동이 밤새 안녕했는지 확인하고 시정 스크랩을 보고, 문서를 배정하고, 회의 자료를 만들고, 회의장을 준비하고, 업무보고를 작성하고, 시민생활전망대를 해결하고, 주민 건의사업을 조율하고, 행사장에 사람들과 같이 가고, 평가 자료를 검토하고, 또 하루가 지나 보고 배정하고 만들고 준비하고 작성하고 등 사소한 일상으로 도배된다. 그러나 그 사소함에는 위대함이 있다. 박 총무의 사소한 일상이 누군가에는 도움이 되고 희망을 느끼고 나비효과라고 인식하게 된다.

나는 박 총무다. 이제부터 아침에는 죽음과 함께 내 안의 그놈인 박 총무를 생각하는 게 좋겠다. 내가 이루고 있는 공동체의 미래를 생각하며 일상의 사소함으로 위대함을 만들 수 있는 박 총무를 인식하자. 그러면서 오늘도 박 아들, 박 남편, 박 아빠, 박 총무 사이를 유유히 활강하는 모습을 웃으면서 지켜보자. 그게 현재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박 총무 본질을 인식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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