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면 허공 … 비상구 `저승의 문' 전락
문 열면 허공 … 비상구 `저승의 문' 전락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9.03.25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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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등 낭떠러지형 비상구서 잇단 추락사고 발생


다중이용업소 `난간 의무화' 개정 특별법 2년 유예


2017년 12월 전 개업 업소 안전사각 … 대책 시급
화재와 같은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인명 탈출을 돕는 비상구가 `죽음의 문'이 되고 있다. 특히 `낭떠러지 형 비상구'에서 추락사고가 잇따라 발생,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지난 22일 오후 10시 10분쯤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 한 상가 2층 노래방 비상구에서 A씨(23) 등 5명이 3m 아래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A씨와 B씨(39)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나머지 3명도 경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 부상자는 같은 회사에 다니는 관계로 이날 회식을 한 뒤 노래방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는 이들 중 일부가 승강이를 벌였고, 나머지가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비상구로 추락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노래방 비상구는 문을 열면 완강기를 타고 내려갈 수 있도록 아래가 뚫린 이른바 낭떠러지 형 구조다.

비상구 문에는 `평상시 출입금지, 비상시에만 이용', `추락 위험', `여기 화장실 아님' 등과 같은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반면 난간과 같은 별다른 추락방지 장치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앞서 2017년 4월 강원도 춘천 한 노래방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해 50대 남성이 숨진 사례가 있었다. 이 남성은 낭떠러지 형 비상구를 열고 나가려다 4m 아래로 추락했다.

사고가 난 노래방을 운영하는 업주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생명 통로인 비상구에 더 큰 사고 유발 요인이 존재하면서 되레 인명을 위협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했다. 2017년 12월 26일 이후 문을 연 다중이용업소는 4층 이하 비상구에 추락 위험표지·경보음 발생장치·안전로프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2017년 12월 이전 개업한 다중이용업소는 여전히 안전사각지대다. 2년간 유예기간이 주어진 탓이다.

이들 업소는 오는 12월 26일까지 추락방지 안전시설을 갖추기만 하면 된다. 다시 말해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낭떠러지형 비상구에서 추락사고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송규 안전전문기술사(유투브 채널 이송규 안전TV 대표)는 “법 적용 유예 대상에 포함된 업소는 사실상 안전사각지대”라며 “유예 기간 내 안전시설을 완비할 가능성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선 실질적인 정부 지원 방안이나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며 “낭떠러지 형 비상구에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업소를 대상으로 예산 지원이나 세금 감면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충북도소방본부는 청주 노래방 추락사고 장소와 유사한 형태인 발코니·부속실형 비상구 설치 도내 다중이용업소 1754곳에 대해 안전관리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도 소방본부는 이들 업소를 대상으로 추락 방지시설 설치 실태조사, 안전시설 조기 설치 유도, 안전교육을 할 계획이다.

/조준영기자

reas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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