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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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03.25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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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결국은 기소 독점주의가 문제다. 그때 만약 경찰이 기소할 수 있었더라면 그렇게 허무하게 사건이 묻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2013년 세간에 알려진 김학의 전 차관의 강원도 별장 성 접대사건을 두고 경찰 일부에서 나오는 말이다.

하긴 사건 수사 과정을 되짚어보면 경찰로서는 분통이 터질 만하다. 누가 봐도 영상 속 주인공이 김학의 전 차관이라고 할 정도로 식별이 가능한 동영상 파일을 무시해버린 검찰. 특수강간 혐의로 입건돼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김 전 차관을 단 한 차례 소환하지 않고 무혐의 처리해버린 검찰.

정말로 당시 경찰이 기소권을 갖고 있었더라면, 그래서 법정에서 재판이 열리도록 했다면 과연 어떻게 됐을까. 제대로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져 범법자들이 처벌을 받았을까.

하지만, 그랬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사건 자체가 일선 검사 1명이 덮었다고 보기엔 너무나 석연치 않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비호 세력이 있다는 얘기다.

아마 `실수로' 이 사건이 법정으로 갔었더라도 결국은 무죄방면이 되지 않았을까.

이미 봐주기로 결론을 내고 검찰에서 덮으려 했던 사건. 증거가 넘쳐나고 피해자가 처벌을 호소한 사건임에도 기소조차 하지 않은 검찰. `동영상 속 주인공이 피고소인이라고 볼만한 증거가 되지 않는다', `고소인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 는 등 궤변 투성이인 검찰의 불기소이유서. 이 사건이 묻힌 정황은 이제 국민에겐 `안 봐도 비디오'다. 적어도 김 전 차관을 비호한 거대한 몸통이 있다는 것….

사건의 중심인물인 김학의 전 차관은 줄행랑을 치려다 망신살까지 샀다. 도피가 아닌 휴식 차원에서 출국하려 했다는 가족의 말은 거짓말로 보인다.

그는 23일 늦은 밤 인천공항에 도착해 24일 0시20분에 출발하는 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고 공항에서 직접 티케팅을 했다. 화물로 부쳐야 하는 큰 여행용 가방을 두 개나 소지했다고 한다. 무난 해보였던 그의 `도주'는 탑승 마감을 5분 앞두고 무위가 됐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소가 밤 11시께 현장에서 그의 신분을 파악한 후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 조사단에 이를 통보, 조사단이 출국금지 요청서를 제출하면서 극적으로 출국을 막았다.

조사단이 사전에 그의 해외 도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출금 요청서를 예비용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불과 40분 만에 신속히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대통령이 25일 다시 한번 화를 냈다. 대통령은 이날 직접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특권층의 불법적 행위와 외압에 의한 부실 수사, 권력의 비호 은폐 의혹 사건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높다”며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처(공수처) 설치의 시급성이 다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의지와 달리 공수처 설치 법안은 여전히 정치권에서 표류 중이다. 권력층과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를 막겠다는 지극히 당연한 법안의 처리를 두고 왜 여야가 줄다리기하는지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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