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상품이 아니다
여성은 상품이 아니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3.25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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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요즘 화두 중 하나가 클럽 버닝썬과 여배우 장자연 사건이다. 버닝썬 사건에는 인기 연예인들이 대거 연루되고 거론되면서 문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단순 폭행으로 시작된 듯했던 이 사건은 불법 촬영 및 유포, 약물 성범죄, 마약류 유통, 탈세, 성매매 알선에서 경찰 유착까지 권력형 비리로 확대되고 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어디가 끝인지 모를 정도로 사회적 파장은 쓰나미급이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돈의 망들은 딴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사건의 중심지는 엄연히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우리나라가 더이상 마약 안전지대가 아님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온갖 범죄의 온상이었음을 드러내고 있는 버닝썬 사건은 두둔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데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여배우 장자연의 자살사건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연예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배우 장자연씨는 2009년 3월 7일 기업인, 언론사 고위층 등 유력 인사들에게 수시로 성 접대를 강요받았다는 문서를 남긴 뒤 자살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아무렇지도 않게 묻히면서 `권력형 비리'라는 꼬리를 달고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10년 만에 다시 등장한 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끝나가면서 진실을 알리려는 사람들에 의해 간신히 실체를 가리자는 수준으로 돌려놓은 셈이다. 사건의 본질을 가리는 데 있어 여전히 미지수로 있지만, 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용기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버닝썬과 장자연, 이 두 사건은 시간상으로 완전 별개이지만 문화적 맥락은 묘하게 닮았다. 특히 여성을 상품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주고받는 야한 농담의 수준을 넘어서 이건 범죄도 좀 심각한 범죄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보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는 제보자의 말에서 많은 것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권력에 잘 보이기 위해 성을 상품으로 이용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불법적 성 상품도 가리지 않는, 그도 부족해 몰래 촬영해 관음증 환자처럼 공유한 그들에게 죄의식은 없었다. 오히려 확대 재생산을 통해 끼리 문화를 극대화하는 영웅심리까지도 카톡 대화로 전달돼 섬뜩하게 만들었다.

경찰조사가 진행되면서 그들이 억울함과 진실을 입에 올리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지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 상황은 몇 년 전 개봉한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을 연상케 한다. 돈 때문에 결혼했고 돈맛에 중독돼 살아온 회장과 출세하려고 늙은 안주인을 거절할 수 없었던 비서의 `원 나잇 서비스', 주인이 시키는 건 뭐든 다 하는 하녀와 하인들은 영화 속 허구의 인물로 끝나지 않고 있다.

연예인이라는 이름 뒤에 따라온 그들의 성공은 돈이면 다 된다는 자본의 논리가 작동했을 것이고, 돈으로 해결되는, 무서울 게 없는 세상에서 여성마저 성 노리개로 취급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단지 연예인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부와 성공의 욕망에 사로잡힌 현대인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도덕 불감증이 눈과 귀를 가리고 있음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을 상품화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반성도 뒤따라야 한다. 단지 여성만의 문제로 취급한다면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남성은 성인지 능력을 키우고 성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여성 또한 여성이 상품화 될 수 없음을 스스로 증명해기 위해 자존감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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