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를 갖는 자세
여유를 갖는 자세
  • 오원영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 승인 2019.03.20 2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오원영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오원영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요즘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을 여행하면서 겪는 일화를 외국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방영 편 중 인상 깊게 본 장면이 있는데 식당에 방문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음식이 세팅돼 나오는 것을 보고 외국인 친구들이 당황한 나머지 폭소를 터뜨리는 것이었다. 심지어 이들 중 한국을 방문하기 전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온 친구들도 있었다. 이렇듯 외국인들이 한국인의 특성을 묘사하는 대표적인 단어 중 하나는 `빨리빨리'라고 한다.

식당에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금방 나오지 않으면 짜증을 내거나 중요하고 의미있는 행사인 결혼식도 무언가에 쫓기듯 30분 내로 해치우는 모습은 외국인들에게 아주 낯선 모습으로 비친다. 또한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배우는 단어들 가운데 `빨리빨리'가 꼭 끼어 있는 것을 보면 우리가 이 말을 얼마나 자주 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빨리빨리' 문화로 인해 빠른 경제성장의 대외적 지표는 어느덧 `근면 성실한 한국인'이라는 브랜드를 갖게 했고, 디지털 시대에 IT 강국으로 발돋움하기에 이르렀지만, `빨리빨리' 문화는 그만큼 어두운 이면도 있다.

삼풍백화점 사고와 같이 각종 안전 불감증으로 비롯된 사고들, 전소됐던 국보 1호 숭례문의 복원 기간을 놓고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2~3년 안의 빠른 복원을 언급해 여론의 질타를 받은 적 있는데, 사안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성찰보다는 그것을 `최대한 빨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만연함을 또 한 번 증명했던 것이다.

위 내용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행정기관에서도 민원 업무를 빠르고 신속하게 처리하면 좋겠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충분히 시간을 갖고 해야 하는 일도 기한 내에 처리하기 위해 무조건 빨리빨리 하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미처 고려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부분도 많다.

필자도 민원을 보면서 다급한 표정과 말투로 빠른 처리를 요청하시는 분들을 종종 만난다. 이럴 때면 나조차 마음이 조급해져 꼼꼼하지 못하게 빠르게 일 처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 결과 실수가 발생하고 오히려 업무처리 시간이 늘어나 민원인에게 불편한 상황을 만들었고, 몇 번의 그러한 경험들로 인해 업무처리를 할 때 빨리해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산을 오를 때 정상만을 보고 빠르게 올라간다면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지 못한다. 나의 삶이, 우리의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지는 것은 정상만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올라가는 동안 주변을 볼 수 있는 여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