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행복
내일은 행복
  • 이명순 수필가
  • 승인 2019.03.1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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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명순 수필가
이명순 수필가

 

거실 창가에 있는 작은 화분에 눈길이 머문다. 자주 들여다보며 흙이 마르지 않게 물도 주고 햇빛이 부족하지 않게 신경을 썼다. 초록의 잎들은 조화처럼 보이는데 `산호수'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화초다. 노란 화분에 심겨진 이 산호수는 빨간 열매를 맺는데 아직은 어려서인지 열매가 달리지 않았다. 하지만 봄이 되면 초록의 작은 열매들이 달리고 시간이 가면 빨갛게 익어가길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산호수는 우리나라 제주도와 남해안에 자생하는 식물이다. 음이온을 발생시키고 일산화탄소 제거 능력이 뛰어나서 실내 정화 식물로도 사랑받는 품종이다. 비슷한 종류로 백량금과 천량금이라는 것도 있는데 열매는 비슷하지만, 잎사귀 모양이 다르다. 백량금은 잎사귀가 톱니 모양이며 길쭉하다. 천량금은 백량금보다 잎사귀가 둥근 모양이다. 산호수는 천량금 잎사귀와 비슷한데 톱니 모양이 더 선명하고 잎이 조화처럼 쭈글거리며 덩굴성 식물이라고 한다.

백량금의 꽃말은 덕이 있는 사람, 재산, 부를 의미하고 천량금은 정열을 뜻하며 두 품종 모두 돈을 벌어다 주는 나무라 하여 사랑받는다고 한다. 아마도 빨간 열매들이 풍성하게 달려서 그런 의미들을 부여하는 것 같다. 하지만 백량금이나 천량금보다 산호수가 더 정이 가는 이유는 바로 산호수의 꽃말 때문이다. 산호수의 꽃말은 `내일은 행복'이다. 내일 또 내일은 행복할 거라는 기대와 희망을 전해 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이 작은 산호수 화분은 선물이었다. 몽골 친구에게 받았는데 직장에 다니느라 신경을 못 썼더니 잎이 자꾸 마르고 누렇게 변해 떨어진다고 했다. 흙이 마르면 물을 주고 햇볕이 드는 곳에 놓아두라고 했는데 자기가 키우면 얼마 후에는 말라 죽을 것 같다며 나 보고 가져가라고 했다. 그냥 버리기는 아까워 더 죽기 전에 엘리베이터 안에다 놓으려고 했다며, 그러면 누군가 가져가서 잘 키우지 않을까 싶었단다. 집 안에 달리 화분도 없어 잘 키워보라고 했었는데, 자신은 화초를 돌볼 마음의 여유도 없고 그냥 버리기는 아깝다 하여 결국 내가 가져오게 되었다.

작은 화분이었지만 집으로 오며 생각하니 내게 뭐라도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따뜻한 심성을 가졌는데 화초를 돌볼 마음의 여유도 없다는 말이 내게는 와 닿았다. 그런 까닭에 잘 키워 빨간색 열매가 달리면 다시 돌려주고 싶었다. 예쁜 열매가 달린 화분을 보며 활짝 웃을 얼굴을 떠올리니 기분이 좋았었다. 집에 가져와서 마른 잎을 다 떼어내고 흙도 좀 더 채워 준 후에 마르지 않게 물을 주고 햇살 좋은 곳에 놓아두며 신경 써서 보살폈다. 두 달쯤 지난 지금은 새순이 나왔고 덩굴도 조금 커졌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꼭 열매를 맺을 것이라 기대한다.

마음으로 하나가 되자며 나누는 사랑의 열매도 이 산호수 열매가 아닐까 싶다. 산호수는 이웃과 함께하는 사랑의 열매이며, 그 사랑을 나는 몽골 친구와 나눌 것이다. 그 친구와 내게 `내일은 행복'이란 산호수 꽃말처럼 희망 가득한 내일이 되길 기대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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