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를 바라보는 시선
통계를 바라보는 시선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3.1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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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다만 숫자를 만지는 사람이 거짓말을 할 뿐이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최고위원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청 215호에서 열린 제71차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해 던진 말이다.

권 최고위원은 이날 “작년 5월 통계청 가계소득동향에서 소득 하위 20% 소득이 역대 최고치로 감소하고, 양극화 지수가 사상 최악으로 해석되는 통계가 나왔다. 이는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을 아프게 하는 통계를 더욱 아프게 듣고, 경제정책을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며 “정직하게 국민의 통계치를 전달했던 통계청장은 경질됐고 대통령의 입맛에 맞게 긍정 효과 90% 통계를 만들어 준 사람이 지금의 강신욱 통계청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를 잃어 월급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숫자가 말하고 있는데 정책 실패를 일단 어떻게든 회피하고 보자는 정부의 인식이 정말 문제”라며 “실패를 개선하기 위한 첫 걸음은 데이터와 지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연이어 나쁜 성적표를 받고도 공부방법을 바꾸지 않으면 성적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생각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인할 때이며, 바른미래당의 주장대로 내년도 최저임금이라도 동결하겠다고 말할 때”라고 전했다.

통계청 자료가 때아닌 뜨거운 감자가 됐다.

지난해에는 통계청 자료 탓에 여러 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5월 발표된 1분기 가계소득동향조사에서 상위 20%(5분위) 소득과 하위 20%(1분위) 소득 격차가 5.95배(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자료가 발표됐다. 이후 홍장표 경제수석과 반장식 일자리수석이 교체됐다.

같은 해 8월엔 2분기 가계소득동향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황수경 통계청장이 취임한 지 13개월 만에 경질됐다.

당시 황 청장은 이임식에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며 “그것이 국가 통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는 올바른 길이었기 때문”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통계청의 발표 이후 소득주도성장정책을 주도해왔던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이 회복했고, 개인 근로소득의 불평등이 개선됐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충북 교육계가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로 시끄럽다.

조사 결과 충북이 시·도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와 사교육 참여율·증가율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가 나오면서 김병우 교육감이 자신의 SNS에 복불복 통계라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김 교육감은 “진보교육감이라서 그런지 증가율이 최고라니까 언론들이 눈을 치켜뜨며 의아해 한다”며 “해마다 다른 대상으로 표집한 데이터로 증감률을 재는 것(복불복 통계)은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표집의 오류 개연성까지 거론했다.

충북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이라면 표집 오류를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들이 왜 사교육에 의존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공교육에 대한 학부들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통계 자료를 놓고 뼈아프게 받아들이기보다 변명거리를 찾는다면 충북 교육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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