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우선정책으로 전환해야
삶의 질을 우선정책으로 전환해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3.18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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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초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일상이 변하고 있다. 마스크는 기본이고 집집이 창문을 닫아걸거나 환기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먼지일 뿐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환경문제가 국민의 생활 습관마저 바꾸고 있는 것이다.

지구가 환경위기를 맞으면서 하나뿐인 인류의 터전도 절박한 상황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이 폭염과 폭우, 폭설, 한파로 이어지는 가운데 지진, 화산폭발, 미세먼지까지 겹치면서 지구적 불안도 가중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환경문제를 두고 지구의 역습이니, 지구의 재앙이니 하며 섣부른 진단을 내리지만 결국 경제적 부와 편리를 위해 마구 써버린 인류의 미래가 위기라는 이름으로 고스란히 돌려받고 있는 셈이다.

그중 재난에 가까운 초미세먼지 문제는 아시아권에서 극심하게 맹위(?)를 떨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굴뚝 없는 산업으로 전환할 때 뒤늦게 개발 기차에 올라탄 아시아권역이 환경문제에 발목을 잡힌 꼴이 되었다. 이는 개발을 중시하는 국가에서 겪는 필연적인 과정으로 볼 때 중국과 한국은 여전히 개발중심의 정책을 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 산업단지와 폐기물소각장, 경유차, 석탄발전이란 점에서 경제 대국으로의 꿈은 여전히 유효한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음이다.

경제적으로 풍요해지면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자본의 논리는 그리 간단치 않다. 얻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경제 역군으로 충실하게 일해왔던 우리나라 아버지들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마저 희생하며 경제부흥이란 신화를 일궜지만, 가정 내 아버지의 자리는 영영 잃어버렸다. 전쟁과 가난을 극복해야 했던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경제적 부와 아버지의 자리가 교환되면서 개개인의 삶과 삶의 질은 뒷전에 밀려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경제가 안정돼야 삶의 질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했던 당시에는 정책적으로 경제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지막지한 개발이 누적되어 자연재해로 이어지고 있고, 자본주의가 이기주의를 낳으면서 국가나 개인의 삶도 각박해졌다. 돈이면 최고라는 물질만능이 만연해지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균열은 깊어지고,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경제 살인은 우리 사회의 신뢰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경의 위기까지 맞으면서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오로지 가난을 면키 위해 개발정책 일변도로 이룬 부가 가져온 사회의 역기능은 이제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돌아오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네팔 농부에게 이 넓은 땅을 개간하면 경제적으로 부유해질 텐데 왜 그리하지 않느냐고 묻자, 일을 더 하면 돈은 벌 수 있지만,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다고 한 대답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요즘이다.

이처럼 환경문제가 생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면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대책 요구도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기층이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국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5일부터 충남지역의 석탄발전 가동 중단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고, 충북에서도 18일 시민대책위를 구성해 이에 대한 강력한 대책 시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환경단체의 석탄발전 중단 요구는 미세먼지 단일배출원으로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그리고 내륙인 충북의 환경위기를 극복하고자 반드시 관철해야 할 문제다. 충북도도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개발정책을 지양하고 삶의 질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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