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새로운 출발
삼월, 새로운 출발
  • 김순남 수필가
  • 승인 2019.03.1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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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순남 수필가
김순남 수필가

 

삼월은 새로운 출발의 달이다. 입학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매우 바쁜 시기이다. 초, 중, 고등학교뿐 아니라 대학생들도 새 학기는 긴장과 설렘,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마음도 단단히 준비를 한 듯 보인다. 생활관에 근무하며 해마다 이때에는 덩달아 마음이 들뜨고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된다.

생활관 앞이 북새통이다. 새 학기를 앞두고 신입생과 재학생들이 모두 생활관 입실을 하는 날이다. 신입생들은 대부분 부모님이 승용차에 짐을 싣고 학생을 데리고 온다. 더러는 형제 자매까지 나들이 삼아 동행하는 가족들도 볼 수 있다. 이제 한 학기를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려니 잠시 이별이 애틋해 보인다.

오십 여년을 훌쩍 지난 장면이 아련히 떠오른다. 삼월이지만 아침 기온은 매우 차가웠다. 할아버지는 이른 아침 막내아들과 맏손녀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서둘러 길을 나섰다.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할아버지의 두루마기 자락이 휘날렸다. 할아버지 뒤를 따라 삼촌과 나도 걸음을 재촉해 처음 보는 넓은 학교 운동장에 도착했다.

운동장엔 아이들도 없고 교실문도 열리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학교 건물 모퉁이 바람이 가려지는 곳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셨다. 두루마기 왼쪽과 오른쪽 섶에 아들과 손녀를 넣어 차가운 바람을 피하게 해주셨다. 그렇게 병아리가 어미닭 날개 죽지에서 세상을 엿보듯 삼촌과 나는 새로운 세상과 조우하게 되었다.

한참 후 운동장에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우리들은 한 집에 대여섯 명 자식은 기본이었으니 보통 두세 명 형제들이 같은 학교에 다녔다. 산골 초등학교 학생 수가 천여 명이 훌쩍 넘었다. 가슴에 손수건과 이름표를 달고 병아리처럼 졸졸 담임선생님을 따라 교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숫자를 익히고 글자를 배우며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였다.

자녀를 떼어놓는 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낯선 곳에 자식을 떼어놓는 마음이 오죽하랴마는 자식보다 부모가 더 안절부절못하는 듯하다. 신입생들은 입학 전 이미 사오일 생활관에 머물렀었다. 학교에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체험하고 탐색하며 대학생활을 알아가는 `꿈 설계 학기'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다. 자신이 선택한 학과에서 어떤 공부를 하는지, 졸업한 선배들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대학생활을 어떻게 해야 좀 더 유익한지 등등 맛보고 대학생으로서 첫 단추를 채웠을 것이다.

나 또한 새로운 마음으로 학생들을 맞이한다. 방학 동안 조금 느슨했던 마음도 다잡고 동료직원과 교대근무를 하며 생활관에서의 모든 학생관리를 책임져야 한다. 때로는 학생들에게 규정을 어긴다고 제재를 해야 할 때도 있지만, 몸이 아프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움을 줘야 한다.

새로운 출발은 희망이다. 병아리가 어미닭 품을 나와 먹이를 쪼아 먹고 날갯짓을 배우듯 새로운 계단을 한 단계 올라가는 것이다. 가슴에 품은 꿈을 향해 가는 길에 때로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할 터이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불안한 마음도 들겠지만 그래도 넘어지지 않고 꿈을 향해 정진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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