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 하은아 진천도서관 사서
  • 승인 2019.03.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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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진천도서관 사서

 

결혼을 하니 모든 것이 달라졌다. 가장 달라진 것은 가정 일을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협의하여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님과 형제들 틈바구니에서 집안일을 무임승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결혼이라는 제도는 그런 태도를 용납하지 않았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 또한 또 다른 변화를 요구했다. 내 생활의 초점을 아이에게로 옮겨가는 과정이 필요해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부부와 나 중심의 생활에서 자꾸만 아이 중심의 생활이 요구되기 때문이었다. 조금이라도 귀가 시간이 늦어지면 몹쓸 죄책감이 피어오른다. 내 생활의 주인이 점점 내가 아닌 아이가 되는 것 같아 마음도 불편했다.

그러던 와중에 도서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목수정 저·생각정원·2018)를 읽었다. 프랑스인과 결혼을 하고 프랑스에서 아이를 키우는 저자는 프랑스의 결혼이야기를 책 초반에 꺼냈다. 시장 앞에서 간단한 혼인서약을 하는 것으로 결혼식은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시장은 저자 부부에게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더라도 생활의 중심은 아이가 아닌 부부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가 이야기하는 프랑스 부부의 삶은 아이로부터 생활의 침해를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문화적 충격과 동시에 많은 생각을 주는 지점이었다. 나는 이 몹쓸 죄책감을 무려 4년이나 느끼며 살았다. 모든 생활을 아이에게 최대한 맞춰주고 있지 않음에 스스로 엄마로서의 반성을 매순간 하고 살았던 것이다. 그 안에서 나는 나 자신과 싸우고 울적해하며 점점 나가 아닌 누구의 엄마로만 존재감이 커지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더는 그런 죄책감은 가지지 말고 나 자신으로써 살아도 된다고 용기를 주는 것 같았다.

또한 저자는 프랑스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보고 느끼고 알게 된 프랑스 학교교육을 이야기한다. 프랑스의 모든 학교의 목표는 `자유, 평등, 박애'이며 그 지향점을 향하여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요구하는지에 대하여 자세히 다루고 있었다. 프랑스 학교는 시민윤리 교육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철학, 문학, 수학 등 과목에서 주어진 문제에 대하여 자신의 논리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그것이 고등학교 졸업시험이 되는 제도를 들었을 때에는 매우 흥미롭고 부러운 제도라 생각되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글로 내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꼭 필요하지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답과 오답을 선택하는 기계가 아니라 정답이 아닌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글로써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일 것이다. 그 논리를 펼칠 때 내가 생각하는 논리가 누군가의 자유와 평등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바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은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시민 교육이 아닐까?

물론 프랑스도 사교육이 분명 존재하며 소수의 엘리트 교육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다수가 그 소수 엘리트가 되기 위해 매몰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두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의 교육에 관하여 그리고 나의 삶에 관하여 가치 지향점을 무엇으로 둘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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