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소고기는 없다
공짜 소고기는 없다
  • 이상광 청주시 흥덕구 건설과 주무관
  • 승인 2019.03.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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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광 청주시 흥덕구 건설과 주무관
이상광 청주시 흥덕구 건설과 주무관

 

지금 생각해도 손발이 오그라든다. 갑자기 과에서 `청렴의 날'행사로 `나만의 청렴 문구'를 만들어보자고 한다. 재미있는 문구로 해보려 인터넷 검색을 하다 우연히 보았던 `공짜 소고기는 없다'를 나만의 청렴 문구로 정했다.

화려한 색지에 `공짜 소고기는 없다'라는 문구를 써 들고 홍보용 사진을 찍었는데 다음날 신문에 내 얼굴이 제일 크게 나와 당황했다. 내 얼굴 크기를 생각 못 하고 제일 앞쪽에 앉은 게 착오였다. 나는 전화해오는 지인들에게 내 문구가 제일 좋아서 앞에 앉은 거라고 너스레를 떨었고 지금 생각해도 단연 임팩트 있는 문구였지만 막상 신문에 보도된 나의 모습을 보고는 지인과 동기들이 하나, 둘 전화로 “사진 잘 봤다”, “너랑 이제 소고기 못 먹는 거냐”라고 놀리기도 했다.

나만의 청렴 문구를 정한다고 했을 때 유치하다, 하기 싫다, 솔직히 이걸 왜 해야 하는지 귀찮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정했는데 신문에서 보면 가장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나와 당황했지만 주변 지인들에게는 아주 강하게 각인이 돼 덕분에 여러 지인과 오랜만에 안부를 묻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사실 청렴에 대해서 각종 문서나 교육에 참석해도 크게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의례적으로 1년에 한 번씩 꼭 받아야 하는 필수 교육, 한 달에 한 번 해야 하는 필수적인 행사라고만 생각했지, 청렴에 대해서 내가 직접 무엇인가를 나서서 해 본 경험은 없었다.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의 율기 6조 `청렴한 마음'편의 청렴에 대한 글 중 `뇌물은 누군가 비밀스럽게 주고받겠지만, 한밤중에 주고받은 것도 아침이면 드러난다'라는 것을 본 적 있다. 읽어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사실 이 글을 보고 느낀 점은 너무 강한 표현일지는 몰라도 `공무원은 스치는 바람도 조심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당장은 잘못한 일이 드러나지 않을 것 같이 생각되지만 감시 시스템이 겹겹이, 촘촘히 작동되기 때문에 결국은 여러 경로로 통해서 몇 달, 몇 년도 안 지나서 드러나게 돼 있다. 꼭 드러나서가 아니라 어찌 됐든 나 자신을 스스로 옭아맨다고 보면 된다. 사회 어떤 계층보다 공무원의 청렴 잣대는 누구보다 엄격하고 날카롭기에 공무원 스스로 청렴을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은데 나에게는 `청렴 문구 만들기'가 이런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나의 청렴 문구가 너무 강하게 주변 지인들에게 각인된 만큼 나 스스로에게도 엄격해진다. 스스로 옭아맨다는 게 이런 건가?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어찌 됐든 내가 공직자인 이상 공짜 소고기는 없을 테니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 `청렴한 마음가짐'과 `행동'으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일에서도 항상 청렴하고자 하는 마음자세를 갖고 사소한 일, 일상적인 일도 되돌아보면서 노력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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