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길
이재길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19.03.1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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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를 말하다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한국광고사진의 시대를 이야기한다면 일제강점기를 시작으로 볼 수 있다. 광복 후 이렇다 할 움직임조차 없다가 1958년 김한용이 서울 충무로에 연구소를 내고 광고사진을 찍는 것으로 그 영역이 이루어졌다.

그 후 1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성장한 광고사진이 힘을 발휘하면서 시대를 선도해 왔다. 사진 한 장으로 세상 만물의 미세한 것까지 표현하여 독특한 멋을 이루어내는 광고사진가는 `현대문명의 꽃'으로 불리는 오늘날 차별화된 고유의 세계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 독학을 통한 고독한 자신의 연마로 사진세계에 뛰어든 광고사진 2세대가 있다. 1980년대 초 패션사진, 내셔널 디지인광고패션, 한국여인, 한복과 누드이미지 시도로 스페셜리스트의 최고위치를 정립하고 상업사진의 위상을 높인 이재길을 만났다.

1951년 대구에서 태어나 18세의 어린 나이에 첫 개인전으로 공식 데뷔했다. 그 후 서울예술전문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면서 사진에 영화적 테마를 구성하려 했다. 대구에서 K-스튜디오를 동업으로 열었다가 1978년 서울에 K-1스튜디오를 오픈하고 각종 패션사진을 찍었다.

그는 자신만의 전략으로 기록을 남기려는 생각으로 여러 권의 사진집을 만들어 전국의 학교 도서관에 보냈다.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난 그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작품세계를 소개하고 영구적인 기록가치 창출을 위해 패션사진집 `Man & Woman'을 발간했다. 순수사진에서 보다 특별한 색깔을 구축하려고 1993년 미국 뉴욕으로 유학하여 세간의 편견을 깨고 에로티시즘에 대한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20대 때 못다 이룬 학구열의 미련을 발판삼아 뉴욕의 School Visual Arts에 편입학하고 Pratt Institute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초자연적인 광폭함을 간직한 미국 서남부의 유타, 네바다, 뉴멕시코, 애리조나지역에서 서양여성을 넣은 개방적 성모럴을 주제로 신화→아메리칸미스를 사진으로 표현하였다. 그의 이러한 작업은 알프레드 스티클리츠, 에드워드 웨스턴, 랄프 깁슨 등의 사진에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사진가는 자긍심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그것은 재능 이상의 집념과 열정이 요구되는 일입니다.”

누드사진을 시도해본 사진가는 경험하였겠지만, 한국에서 여성의 누드를 찍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누드사진도 포르노라고 하여 법정투쟁 3년 만에 대법원의 판결로 아픔을 이겨낸 적이 있다. (당시 박원순변호사가 변호)

그에게 `몽환(夢幻)'사진집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의 연예인, 미스코리아, 연기자들이 그의 콘셉트에 맞추어 에로티시즘, 패션, 누드와 여성을 한껏 승화시켜 놓은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카메라 앞에 선 모델들이 한결같이 선녀처럼 아름답다는 그 이상의 높은 영상언어로 은유의 한(恨)과 한국여성의 녹아 흐르는 정취를 보여주고 있다. 그만의 영화적인 스토리구성, 연극적인 포즈, 묘한 뉘앙스를 뿜어내는 사진의 내용이 그의 심미안(審美眼) 때문일 것이다. 한국여성의 동질성, 감성, 감추는 듯한 수줍음, 겸손, 충절, 국민성이 그것이다.

“근 20년 동안 상업광고 및 예술사진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의 심리적 변화를 탐구했다”는 그는 전통적인 한국 문화 속의 여성에 매료되어 엄격한 유교적 윤리규범에 억눌려 살아온 한국여성들의 고난을 하나로 결합하여 풍경과 전통건축 속의 여성으로 드라마화했다. 생명은 원래 여성으로부터 기원한다는 그는 모델의 개별적 성품을 하나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신비적인 요소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금 대구 계명대 사진과 선임교수로 있으면서 미래 사진가 양성에 힘쓰고 있다. 해마다 제자들이 방학이면 해외로 나가 새로운 사진세계에서 실력을 연마하고, 제대로 된 사진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탁월한 장인의식을 지닌 광고사진가이자 교육자의 면모를 인터뷰 내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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